아기 안고 밥을 먹을 순 없고 아기가 보채면 불편들 하실까봐 편하게 먼저 식사들 하시라고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설이라 아직 바람이 찼다.
마을 어귀 조금 걷다가 차에 시동켜고 들어와 앉아있었다. 한참 만에 들어와 밥 먹으라고 남편이 불렀다.
아이를 건네주고 마주앉은 상을 보고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식구들이 다 먹고난 음식찌꺼기와 김치만 덜렁 남겨져 있었다.
반찬 더 줄까 하는 남편 말에 큰형님 왈
“여기 국이랑 김치 있네. 이거랑 먹으면 되지.”
머릿속에 종소리가 딩~하고 들렸다. 그래 이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밖에 취급을 안해주겠구나. 평생 아버님 뒤치다꺼리 해봤자 돌아오는 건 이따위 푸대접이겠구나..
그때 숟가락을 던지고 일어섰어야 했는데...남편 얼굴에 밥그릇을 던져 주고 집으로 와버렸어야 했는데...
복받치는 설움을 겨우겨우 참다가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우리 엄마가 자기 밥 먹을 때 식구들 다 먹은 음식찌꺼기랑 밥 준적 있어? 자기 늦게 퇴근하면 먹기 전에 사위 준다고 먼저 따로 덜어놓고 밥 상 차려줘! 우리 집에서는 자기를 남의 집 귀한 자식 취급해주는데 왜 자기집 식구들은 나를 천한 사람 취급해? 왜!!!!!!! 뭐 그리 대단한 집안이라고! 뭘 그리 나한테 잘해줬다고!!“
소리를 질러댔더니 아기가 경기를 일으킨 듯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아까 시댁에서는 잘만 자더니만 이제와 울어? 남편이고 딸이고 다 꼴뵈기 싫었다.
내 마음의 문이 쾅! 하고 닫히게 시작한 게 아마 그때인가 싶다. 남편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단다.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왜 생각이 점점 없어질까 이 인간이??
그래 너는 따뜻한 방에서 배 터지게 처드시니깐 추위에 떨고 있는 처고 자식이고 생각이 안났겠지!
이 어리석은 형님들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네
그렇게 나한테 해봤자 결국 자기들 남동생(남편)한테 도로 갈껀데. 내가 홱 돌변해서 아버님 비유 안 맞춰드리면 하루가 멀다하고 들들 볶이실 텐데?복수를 다짐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주 이가 갈린다. 나는 배운 사람이라 아직까지 남편한테 사람이하 취급은 안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