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버지는 악성 민원인!
며느리 말대꾸사건?으로 식음을 전폐하신 시아버지님은 온 집안을 들쑤셔 놓으셨다. 자식들에게 전화를 해
을매나 내 흉을 보셨는지 형님들이 돌아가면서 전화를 해댔고 오는 족족 나는 가볍게 거절! 버튼을 쓰윽 눌러제껴줬다.
좋은 소리도 아니고 솔직히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전화까지 받아가며 네네~ 한단말인가.
내 정신 맑음 상태를 유지해야 내가 버틴드아~
배째라 그래라 ~ 이젠 나도 이판사판이다이거야!!
남편 핸드폰에 불이 났다. 당연히 내편을 들어줄!!!
인간이 아니지. 그래 같은 박씨 남매들끼리 잘들 해봐랏! 내가 눈하나 깜짝할것 같아?? 흥이닷
늘 참고 조용히 고분고분하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니
그 파급력이 그 박씨 남매들 사이에선 실로 엄청났나보다. 당황스러웠겠지. 가스라이팅해서 평생 본인 아버지 전담 노비로 써먹을까했는데 상황이 역전되니 혼란스러웠겠지.
남편도 형님들도 셋이 통화하고 카톡만 할뿐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말은 못했다. 당연하지!! 내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아버지가 화가 엄청 나셔서는 식사도 안하시고 자기보고 내려와서 무릎꿇고 빌라는데...자기는 싫지?”
뭣이라고? 이게 뚫린 입이라고 지금...
야! 내가 뭘 잘못했냐 ? 옷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내돈내산으로 그것도 나도 못입어 본 그 비싼 메이커를!!
고르고 또 골라서 택배로 보내드린 일이 그리 천인공노 할 짓이냐??
길가는 사람 열을 붙잡고 물어봐라. 도대체 그게 무릎까지 꿇고 용서를 빌 일인가. 사람들이 코웃음을 칠거다 아마!!
남편도 안다. 어이없는 부탁이란걸.
그래도 어쩌랴.. 남편인 걸. 시아버지인 걸..
난 잘못한게 없으나 그 올뉴모닝을 받아먹은 죄로 시댁은 가겠다. 그러나 당장은 안간다. 내 부모한테도 꿇어본 적없는 무릎은 난 못꿇것다.
우리 엄마한테 미안해서라도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못을 박아줬다.
그리고 다음 날 밤새 아버님께 전화로 시달린 남편은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상태로 출근했고 나는 쿨하게 모른척 출근했다.
워낙 목소리가 크신 분이라 다른 방에 있어도 쩌렁쩌렁 다 들렸다. 집에 사람이 잘 들어와야 된디 뭣이 어쩌네 저쩌네..
아버님! 집에 사람이 새로 들어오면 잘해주셔야지 그리 막대하시고 종년 취급하신 건 어른으로서 잘하신 겁니까? 이러시면 저 진짜 시댁 안갑니다. 쌩 깝니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버틴 어젯밤이었다.
출근하고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
활화산같은 마음을 일단 얼음물 원샷으로 진정시키고 나니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버님 같이 100년에 한번 태어날까말까한 분을 시아버지로 모셔서 나에게 뛰어난 업무능력이 생겼으니 쬐끔은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 어떤 JS(진상)민원인이 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 그 분야에서 난 탁월했다.울 아버님을 모델로 엄청난 고강도훈련을 마쳤으니까. (술 취한 민원인 제외!)
그리고 울 아버님 만큼의 악성민원인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만날 일은 없을테니까ㅋㅋㅋ
그중 좀 많이 빡센! 악성 민원인이라 생각하고 시댁가는 일을 민원처리하러 출장간다고 생각하자!!
에고.... 내 팔짜야!!!!!!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며칠 뒤 시댁으로 향했다.
어랏? 근데 사람마음이 참~ 요상하다. 시아버지로 안보고 진짜 JS민원인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아버님! 며느리가 아버님이 사주신 차 타고 얼른 옷 갖다 드렸어야 했는데 생각이 짧았어요. 죄송합니다~ ”
전~혀 속이 뒤집히지 않았다. 왜냐면 이분은 민원인이니까 ㅋㅋㅋ
생글생글 미소 장착하고 말씀드렸더니 아버님도 예상치 못한 며느리 태세에 짐짓 놀라신 눈치다.
“아버님! 식사 안하셨죠? 제가 맛있는 육회 사드릴께요 그리고 아버님! 며느리가 월급을 탔는데 아버님 멋진 겨울 코트 사드릴려구요. 식사하시고 같이 가시게요.“
했더니 흔쾌히 따라 나서신다. 얼핏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신 것도 같은데..
큰 실수였다.
그냥 식사만 할걸... 육회 한 접시 뚝딱 드시고 힘이 나셨는지 그 넓디 넓은 백화점 매장을 얼매나 뒤지고 댕기시는지(백화점, 아웃렛 다 돌았음)
본인도 본인 취향을 정확히 모르시는 분이라 이 옷 저 옷 다 입어봐도 마음에 안드시는 모양. 매장 직원들도 n번째 찾아와 입어보고 또 입어보니 다들 옆에서 수발드는 내가 안됐다는 표정이다.
(예~ 맞습니다 그 불쌍한 며느리가 접니다.)
같은 매장을 5번 째 방문해 결국은 선택을 하긴하셨다. 슬쩍 가격표를 보니 마음의 평화가 필요했다. 딥 브레쓰~하고 입꼬리 텐션을 올렸다.
근데... 아버님 몸매와 전혀 맞지 않은 롱코트를 고르시길래
아버님 다리가 짧아보이세요! 할라다 급하게 입틀막했다. 그만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아버님 마음에 드셨다면 롱이건 숏이건 뭔 상관이것습니까??
대신 전신거울은 피하시옵소서.
롱코트에 맞는 실크 머플러까지 구매하신 후에야 만족의 미소를 보이셨다. 아버님 마음에 드세요?
너무 오래 걸어다녀서인지 아님 가격때문인지 다리가 심하게 후들거렸다.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오는 길에 남편이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남편도 본인 아버지가 나이 들어가면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지 몰랐단다. 알긴 하는구먼. 그럼 너라도 나한테 잘해라!!
그리고 몇 주 후에 아버님 댁을 방문한 나는 실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버님이 백화점을 수십 바퀴 돌아서 직접 고르신 그 롱코트를 댕강 짤라서 숏코트로 만들어놓으셨고 허리에 둘러졌던 허리띠는 길게 늘어뜨려 쓰레기봉투를 대롱대롱
매달아 놓으셨다.
악! 이럴 수가...
아버님! 이러실 거면 그냥 짦은 코트로 사시지 그러셨어요 그게 더 저렴했는데...요.....
에효~
그나저나 울 아버님 민원은 언제까지 처리해야되는 겁니까? 네버엔딩인가요 훌쩍.
얼마 후.
나에게 새생명이 찾아왔다. 한 번 아픔을 겪은 나는!
남편에게 출산 전까지는 아버님께 전화도, 시댁 방문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고 그때만은 완벽히 내편이 되어준 남편은
교통정리를 잘해주었다. 드디어 나에게 봄이 찾아온건가요?? 꺄아~~
진짜 임신하고 출산 때까지 시댁 방문을 딱! 끊었다.
성격도 좋아지는 것같고 마음의 평화란게 이런거구나를 깨닫는 엄청 행복한 시간이었다.
너무 예쁜 태명을 지으면 또 잃어버릴것만 같아 태명도 ‘개똥이’로 지었다. 개똥이는 순했다. 엄마가 일할때면 태동도 안하고 얌전히 있다가 퇴근후 좀 편해지면 움직였고
출산 전까지 두통도, 별다른 입덧도 없이 그렇게 행복하고 조금은 불안한 10개월을 보냈다.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고
시댁 관련 모든 것들을 철저히 차단했다 “시”짜 들어가는 “시”금치도 안먹고 심지어 “시”계도 안차고 댕겼다
출산 2주전까지 직장을 다녔고 무사히 출산일을 맞이했다. 양수가 먼저 터져 새벽에 산부인과 응급실로 향했다. 근데 제일 먼저 분만대기실에 도착했는데
나보다 더 늦게 온 산모들은 다 출산을 하고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진통 시간은 점점 길어져만 갔고 자궁 문이 안열리니 무통주사는 맞아봐야 소용이 없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 분만촉진제를 주사해 보겠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고
온갖 알러지를 갖고 있는 나는.
분만촉진제를 맞고 쇼크가 왔다. 그대로 수술실로 옮겨졌고
억울하게 진통 10시간 만에 제왕절개를 했다.(그냥 수술할 것을!!으~억울해!)
마취에서 깬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고개숙인 채 옆에 앉아있는 남편이었다.
“아기 괜찮아?”
조용히 고개를 들더니 울 남편이 건넨 첫마디는
“응. 근데...못생겼어~” 였다.
이 인간이 진짜!! 갓 태어난 아기가 그럼 뭐 얼마나 이쁘냐?
사진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핸드폰을 내게 쓰윽 들이밀었다.
그리고 사진을 본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너무 못생긴 개똥이의 모습에 충격을 먹고 ㅋㅋㅋㅋ
(이건 실화입니다. 아마 마취가 덜 깨서 다시 수면상태가 된 것이겠죠. 설마 애기가 못생겨서 기절을 했겠어요? 근데 진짜 그대로 눈감고 몇 시간후에 정신을 차렸다는 실제 이야기!)
아참! 참고로 개똥이는 딸입니다!! ㅋㅋㅋㅋ
어르신들이 그런 말씀들 하시잖아요
임신 중에 누굴 미워하면 아이가 그 사람을 닮는다고... 과연! 그 말은 사실일까요?
두구두구두구!!!
(다음 편 연재에 계속~ 커밍 쑤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