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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Dec 03. 2024

Round 15

산후우울증

개똥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으로 바로 들어갔다. 간호사 쌤들이 아이를 뭐라고 부를까요 자꾸 물어보시길래

개똥이요! 하고 계속 대답하기도 그렇고...

남편이 급하게 이름을 지으러 갔더랬다.


내 여동생은 나와 같은 해에 결혼해서 나보다 먼저 아이(딸)를 낳았다. 동생네 시어머니께서 이름 여러개를 지어오셔서는 이걸로 해라 저걸로 해라 해주시던데

우리 아버님은 그런거에는 도통 관심이 없으시다. 당신이 가장 먼저라 그외에는 별관심이 없으시다. 친손주, 외손주 차별없이 똑~같이 무관심!!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작명소에서 아들과 딸 작명값이 다른거 혹시 아세요?ㅋㅋ 참고로 딸 이름이  더 쌉니다  아닌 곳도 있겠지만요)


세상 세! 영화로울 영!  

리하여 아들 몫까지 해내는 딸!! 개똥이가 박세영양으로 다시 태어났게 됐습니다. 짝짝짝~

남편이 작명하면서 넌지시 물어봤단다. (사주도 보는 곳이여서)

우리 아버지가 언제까지 저리 자식들을 괴롭힐지 건강상 문제는 없으실지...본인 딴에도 아버지때문에 골치가 아프긴했나보지?

작명소에서 해주신 말씀을 전해 듣고 산후조리원에서 2차로 기절할뻔!

아버님이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진 않을테니 너무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게 그 도사님? 말씀!! 이건 덤으로 알려주신건데  아버님 타고나신 수명이 96세시니

멀~~~리 내다보라는 말씀까지 덧붙여 주셨다. 울 아버님 연세가 지금 70대 후반이시니 내가 앞으로도 이 짓거리를 적어도 10년은 더 해야 된다는 말씀되시것다.


그래? 그럼 나도 마음을 더 내려놔야되것다. 아버님보다 내가 홧병으로 먼저 죽을 지 몰러.

근데 또 이리 마음먹으니 평안이 찾아왔다.

아버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나는 곧 죽을 날 받아놓은 사람이니 느그들이 모든 걸 제쳐놓고서라도 최선을 다해 잘해라 나 죽고 후회하지  말고!!

였는데..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니 뭐 까짓거 대충해도 쓰것다는 마음이 ㅋㅋㅋ

태어날 땐 순서 있어도 갈 때는 순서 없습니다 아버님~




딸을 낳고 산후우울증이 심하게 왔다

이제 곧 시댁을 가야된다는 생각, 복직해서 다시 그 힘든 일을 마주 해야된다는 생각... 오롯이 아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가져야할 그 순간이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차 걱정과 불안으로 하루하루 보내게 됐고 그중 제일 큰 화근은 친정집 2층으로 이사를 온 거였다.


3개월 출산휴가에 1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내 계획은 그 육아휴직 동안 다시 공부를 해서 직렬을 옮겨볼 생각이었다. 민원이 조금 빡센 곳으로.

너무나 잘못 그려진 나의 빅픽처!

 엄마는 구내식당 일을 다니신다. 오전 근무마치고 2시쯤 퇴근이니 아이를 좀 맡겨볼 양이었지만

힘든 거 내색을 안해서 그 깊이를 전혀 모르는 친정엄마는 퇴근하면 새아빠랑 쌩~허니 놀러가버리기 일쑤..

(시험 본다 도와달라는 말만 하고 너무 힘들다는 말은 안했음.)

내내 아이한테 시달리다 공부 좀 할라치면 새벽에 못잔 잠이 쏟아지고 봐줄 사람 하나 없이 다시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한다는 것은...거의 불가능다.


친여동생은 이기적이다. 본인 이익이 항상 우선이다.

근데 오전에 시간이 된다며 아이를 선뜻 봐준단다. 물론 공짜는 절대 아니.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만 봐달라 내가 제시한 금액은 50만원! 동생이 생각한 금액은 무려 100만원!


무슨 자격증 있으세요? 그리 비싸게 불러?

데려다주고 델러 가고 그것도 오전 만인데 너무하다 싶었다.

분유만 먹는데 밥값이 따로 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지 산후조리 다 해줬는데 그건 또 벌써 싸악 까묵었지. 신생아 옷은 손빨래해야 된대서 내가 그거 빠느라 손목이 얼마나 시큰했는데.


 50만원이 서운하단다.

지 새끼는 어린이집 보내놓고 언니 애기 봐주는 자기 마음은 생각안해봤냐며 소리를 지르더니 내가 말하는 도중에 전화를 딱! 끊어버린다. 애기 키운다는 것이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갖고 ..

됐다그래라 내가 다 맡겨도 너한테는 안맡긴다!! 

100만원?  웃기고 있네 진짜!!


지금까지 내 딴에는 부모고 동생들한테고  나름 최선을 다해온 세월이었다. 그런데 개뿔 쥐뿔! 결과가 이모냥이다.

형제고 나발이고 나 힘들때 도와주는 인간들은 아무도 없구나 싶으니 가슴이 진짜 활화산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아버님이 또 들썩거리기 시작하셨다.

임신하고 출산하는 동안 그나마 잠잠히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암요! 아버님은 최선을 다하신 겁니다.

소소한 사건사고는 뭐..워낙 많으니 일일이 다 기억은 안나고..

아이 백일이 다 돼서 백일떡을 해갖구 시댁을 갔다. 시댁 바로 뒷집이 고모님 댁(아버님 여동생)여서 마을회관이며 노인정에 떡 갖다 드린댔더니 백일떡 갖다주면 돈 달라는 소리로 들릴거 아니냐며 왜이리 생각이 없냐 너희가 거지냐며노발대발!

아기가 옆에 있거나 말거나 소리를 꽥꽥 질러대시니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아니 아버님!! 백일이라고 말씀안드리고 그냥 떡만 돌리고 올거예요 했더니 또 성질을 성질을!!

이 거지같은 떡을 그냥 확 갖다가 버려버릴까보다 진짜!


화딱지가 나 죽겠는데 울 남편은 아버님한테 친손주 한번 안아보시라며 사진찍어서 누나들 보내준다고 억지로 아버님 품에 아기를  안겨드렸다. 마뜩잖은 표정으로 아이를 안고 계신 뒷모습에 화들짝!!!



아이 뒤통수와 어버님 뒤통수가 이렇게 똑같을 수가!!! 악!!!!!소오~~름~~~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아버님 쬐끔만 미워할께요 세영이가 아버님 닮지만 않게 해주십쇼!! 비나이다 비나이다

내 기도빨이 먹혔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것고 다행히 딸은 뒤통수 빼고는 아버님을 닮지는 않았다 (휴~ 십년감수..)





눈이 종아리 깊이까지 내린 날이었다.

시댁방문하기로 한 날인데 도저히 아기를  데리고 갈 엄두가 안났다. 여지없이 전화통에 불이났다.

앞에 도로 나가보니 차 쌩쌩 달리더라 슬슬 출발하면 될것 같은디 왜 안오냐 ! 아버지!! 저 가다가 차 사고 나면 우짤라고요. 하~우리 아버님 진짜 만만세다!!!!!


그래서 결론은??

갔다!  아직 아빠가 덜 된 효자 아들이라 바퀴에 체인 채우고 아주 거북이 기어가듯 엉금엉금~

친손주가 그리도 보고 싶어서 그러셨을까? 놉!!

한번 쓰윽 쳐다보시고는 본인 4발 오토바이? 시골에서 어르신들 타고 댕기시는 그 전기 오토바이를 사러가야

된다며

결국은..그 눈길을 헤치고 읍내 나가서 떡허니 사오셨다.


그리고 다음날 반품!!

출근하는 아들보고 새벽에 오라고 하시더니 더 업그레이드 된 모델로 바꿔오셨다ㅋㅋㅋ 돈 더 내시공...

옆집 친구분이 더 비싼거 타고 댕긴다며 자존심이 상했대나 어쨌대나...여기서 끝났으면 아름다운 이야기였을텐데..


읍내서 술을 한잔 걸치시고는 그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오시다가 논두렁으로 구르시는 바람에 또 난리가 났다.

오토바이는 멀쩡했고 아버님 다리가 똑하고 부러지셨다. 깁스를 하고 계시니 그 답답함에 성질은 더 괴팍해지셨고 옆집 청년회장이 싸가지 없게 굴었다며

자식들한테 돌아가며 전화를 해서 콱! 죽어버릴란다 이렇게는 억울해서 못살것다 아주 난리법석을 ...

형님들이 뭔일 나기전에 빨리좀 가보란다.


또 출동! 자는 아이 들쳐 안고...그것도 밤 늦게!!

사건인 즉슨

다리 깁스를 하고 답답해서 마루에 나와 앉아있는데  청년회장이 경운기 타고 지나가더란다.  술한잔 받아달라했는데 네~대답만하고 쓰윽 지나갔다는게 사건의 전부!! 끝!!!The End!!

더 이상의 것도 없는 성질 덕지도 없는...

하~ 귀를 의심했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이토록 화가 나셨을까? 흠...

논리적인 사람이라 자부하는 아들(남편)은 아버지가 잘못하셨다 무엇이 문제냐 조목조목 따져가며 설명드렸고 아버님의 눈은 더 서슬 퍼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어깨를 꽉 내리 누른 채 심호흡 한 번! 목청 한껏 오픈한 후에!


아니! 이 버르장머리 없는 청년회장이 울 아버님이 술 한 잔 받아달라는 데 무시하고 그냥 가버렸어요? 안되긋네! 청년회장이면 다야!!

자기(남편)가 당장 가서 얼른 아버님한테 사과하러 오라그래 얼른!! “


하고 한쪽 눈을 깜빡여줬다. 미련탱이 남편도 그 신호는 알아들었는지 당장 다녀오것다며 벌떡 일어났고

그제서야 아버님 목소리 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금은 밤이 늦었으니 내일 전화로 한마디 해줘라하신다.

아버님!! 밤이 늦은 건 아세요? 손주 재워야 할 시간인건 모르시죠?

에효~ 제가 딸을 키우는 걸까요 시아버님을 키우는 걸까요?(절레절레) 게다가 눈치없는 효자 남편까지 가르칠라니 이넘의 산후우울증이 더더 심해집니다요!!!



그렇게 설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 명절증후군 증상은 심각했다.

한 달 전부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헛구역질에 두통까지 겹쳐 다크써클이 진짜 목까지 내려왔다.

보다못한 우리 계장님(여성분)이 나를 넌지시 부르시더니


00아! 이거 아무한테나 안해주는 건데 너니깐 진짜 꽂아준다. 설 연휴에 당직 설래?”


ㅋㅋㅋ 을매나 몰골이 말이 아니였으면 그 귀한 자리를 선뜻!!

구청에 있으면 남자주무관들은 돌아가면서 숙직을 한다. 여자주무관들은 토,일요일에 일직을 선다.(지금은 남녀 똑같이 숙직섭니다)

명절에는 여자들도 숙직을 는데 크~ 그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물론 며느리 주무관님들 사이에서!! 웬만한 빽이 없으면 감히 설수도 없다.

그 귀한 자리를 저에게 넘겨주시다니 너무 감사했다. 

덥석 받아먹고 싶었다.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갑자기 소화가 쑤욱 되는 것만 같았다.


“계장님 저 조금만 생각해 볼께요.”

바부등신이 떠먹여줘도 입을 못벌린다.

외며느린데 안가면 어떡하나...걱정이 먼저 앞서서 ..눈물을 삼키며 죄송합니다! 꾸벅하며 그 아름다운 숙직자리를 거절했더랬다. 으이구 나가 죽어라!


흥! 그래도 이번엔 믿는 구석이 있쥐~ 울 딸이 빽빽 울어주면 아이 보는 척하며 슬쩍 방으로 들어와 드러눕는닷!!

으흐흐흐흐흐흐 이럴려고 자식 낳는거 아니것습니까? 맞쥬? 잘 부탁한다 우리 딸!!!


충격과 배신!  

아니 어쩜 시댁오니 한 번을 울지를 않냐? 옆구리도 쿡쿡 찔러봤지만 쌔근쌕근 아주 잘도 잔다.

형님들은 뭐 이런 순한 아이가 다 있냐며 칭찬일색이다.

자식 키워봤자 헛고생이라더니 맞네 맞아!! 그래~ 너도 박씨다 이거냣??니 덕에 엄마는 개처럼 일한다!! 두고 보즈아~

기저귀도 30분 늦게 갈아주고 다음 번 분유는 밍밍하게 타준드아~


아기 안고 밥을 먹을 순 없고 아기가 보채면 불편하실까 편하게 먼저 식사들 하시라고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설이라 아직 바람이 찼다.

 마을 어귀 조금 걷다가 차에 시동켜고 들어와 앉아있었다. 한참 만에 들어와 밥 먹으라고 남편이 불렀다.

아이를 건네주고 마주앉은 상을 보고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식구들이 다 먹고난 음식찌꺼기와 김치만 덜렁 남겨져 있었다.

반찬 더 줄까 하는 남편 말에 큰형님 왈


“여기 국이랑 김치 있네. 이거랑 먹으면 되지.”


머릿속에 종소리가 딩~하고 들렸다. 그래 이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밖에 취급을 안해주겠구나. 평생 아버님 뒤치다꺼리 해봤자 돌아오는 건 이따위 푸대접이겠구나..

그때 숟가락을 던지고 일어섰어야 했는데...남편 얼굴에 밥그릇을 던져 주고 집으로 와버렸어야 했는데...


복받치는 설움을 겨우겨우 참다가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우리 엄마가 자기 밥 먹을 때 식구들 다 먹은 음식찌꺼기랑 밥 준적 있어? 자기 늦게 퇴근하면 먹기 전에 사위 준다고 먼저 따로 덜어놓고 밥 상 차려줘! 우리 집에서는 자기를 남의 집 귀한 자식 취급해주는데 왜 자기집 식구들은 나를 천한 사람 취급해? 왜!!!!!!! 뭐 그리 대단한 집안이라고! 뭘 그리 나한테 잘해줬다고!!“


소리를 질러댔더니 아기가 경기를 일으킨 듯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아까 시댁에서는 잘만 자더니만 이제와 울어? 남편이고 딸이고 다 꼴뵈기 싫었다.


내 마음의 문이 쾅! 하고 닫히게 시작한 게 아마 그때인가 싶다. 남편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단다.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왜 생각이 점점 없어질까 이 인간이??

그래 너는 따뜻한 방에서 배 터지게 처드시니깐 추위에 떨고 있는 처고 자식이고 생각이 안겠지!

 이 어리석은 형님들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네

렇게 나한테 해봤자 결국 자기들 남동생(남편)한테 도로 갈껀데. 내가 홱 돌변해서 아버님 비유 안 맞춰드리면 하루가 멀다하고 들들 볶이실 텐데?복수를 다짐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주 이가 갈린다. 나는 배운 사람이라 아직까지 남편한테 사람이하 취급은 안해봤다.

울 엄마도 못배우신 분이지만 남의 자식 그런 대접은 안하신다.

어떤 마음이면 며느리를, 올케를 그렇게 대할 수 있을까? 참...어이가 없다.


그리고 ..추석이 돌아왔고...역사는..또 그렇게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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