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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Aug 04. 2023

두 집 살림을 시작하다

두 집 살림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너무 무리하지 말어.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더위에 어찌 지내시나 안부를 여쭸는데 오히려 나를 걱정하셨다. 이렇게 나이 먹은 딸을 아직도 걱정하다니 엄마가 더 걱정스럽다. 어쩌겠는가. 부모에게는 아무리 나이 든 자식이라도 자식일 뿐이다.


열흘 뒤 강원도 인제로 이사 갈 날짜가 정해지고 나니 마음이 급하다. 두 집 살림을 시작해야 하니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여전히 현실감각이 부족한 내게는 이 모든 일들이 소꿉놀이하듯 재미나기만 하다. 그런데 엄마는 달랐다. 두 집 살림이 힘들 텐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무리하지 말라 부탁했다. 뭐든 하나에 꽂히면 무리해서라도 잘하려 애쓰는 큰 딸의 고집을 잘 알기 때문이다.


네 식구가 둘씩 떨어져 살아가야 할

6개월, 혹은 1년


중1 큰 아이와 출근해야 할 남편은 우리 집에 남는다. 초2 둘째와 나는 인제의 한옥집에서 살게 된다. 솔직히 두렵다. 걱정도 된다. 아홉 살짜리와 단 둘이 살아간다는 게 어떨까 싶어서다. 강제로 떨어져 사는 것도 아니니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강원도로 산골생태유학을 떠나기로 한 것도 내가 선택하고 밀어붙인 것이니 말이다.


엄마가 떠날 날이 다가오니 서운해요.
동생한테도 더 잘해주고 싶은데...

우리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둘씩 따로 떨어져 사는 건 처음이니 말이다. 큰 아이도 동생과 엄마의 도전을 응원해 줬지만 내심 섭섭하고 불안하겠지. 그래서 요즘 우리 가족의 하루하루는 밀도 높게 흘러간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더 많이 함께 하고, 더 많이 사랑하려고 한다. 애틋한 시간들이 흘러간다.

출처 : pixabay.com


두 집 살림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가장 먼저 식기부터 마련했다. 밥을 해 먹고, 잠을 잘 수 있으려면 식기와 이불이 필요하다. 집에 있던 그릇을 가져가려고 했지만 새 그릇을 들이고 싶었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빛깔의 식기를 들이고 싶어 한참을 헤맸는데 결국 찾아냈다. 밥그릇과 국그릇을 들였을 뿐인데 설렜다. 마치 신혼살림을 준비하는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새로운 환경으로 건너가는 이 시간들이 내게는 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궁금해서다.


아이와 내가 쓰던 물건과 소소하게 필요한 잡동사니들까지 짐을 싸면서 다짐한다. 두 집 살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왕 시작한 일상을 잘 꾸려나갈 주인공도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긴 시간 살림과는 담을 쌓고 살았으니 이번 기회에 살림을 잘 살아보자고 되뇐다. 삶의 여정 중에 만나는 변화와 두려움은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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