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여인숙이다
날마다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 루미의 시 '여인숙' 중에서
태풍 카눈이 지나갔다. 한반도를 관통해 지나간 태풍은 폭염의 기세를 꺾었고, 곳곳에 비 피해를 입혔다.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새삼 알았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입추에 이어 말복까지 지나고 나니 시간의 흐름 앞에서도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더워도 영원하지 않다. 아무리 괴롭고 슬퍼도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기쁨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다 루미의 시 '여인숙'을 읊조렸다. 감정 기복이 생겨 휘둘릴 것 같을 때 필사하거나 낭송하곤 하는 시다.
일중독자였다가 시간부자가 되었다.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아이들과 더 많이 웃고, 부대끼는 요즘 온갖 감정들이 나를 찾아온다. 인간은 여인숙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말이다. 기쁨도 슬픔도 무기력감도 불안감도 기꺼이 환영할 수 있게 된 것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일까. 시간이 많아져서일까.
누가 찾아오든 웰컴,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는 내가 되어가고 있어 좋다. 태풍이 지나가듯 지금 내 삶을 관통해 가는 일과 숱한 감정, 생각조차도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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