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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Aug 15. 2023

강원도 인제로 이사 오다

이OO님 안녕하십니까? 강원도 인제군수입니다.
강원도 인제군으로 전입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홉 살 둘째 아이와 함께 강원도 인제로 이사를 왔다. 전입신고를 마쳤더니 인제군수의 환영문자까지 받았다. 우리 두 사람을 반겨주는 곳이라니, 형식적인 문자라도 반가웠다. 처음으로 남편의 그늘(!) 아래에서 떨어져 나오니 기분이 묘했다. 이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으면 나와 아이가 인제군에 거주하는 군민으로 나오니 말이다. 


엄마와 아이의 짐이라고 하니 별 것 없을 줄만 알았다. 가뿐히 캐리어 두 개면 충분하지 않을까 했지만 어림없는 소리였다. 무슨 자질구레한 짐이 그리도 많은지. 차 두대에 꽉꽉 짐을 채워 이사를 했다. 꼬박 이틀을 짐 정리를 했다. 아이의 생태유학을 위해 제공된 숙소는 한옥 펜션의 원룸. 다행히 크진 않아도 주방과 화장실이 내부에 있고, 집 앞에 파쇄석이 깔린 마당도 있다.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내게 이런 집이 주어졌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엄마, 여기 데려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좋아서 잠이 안 와요. 


아이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적응을 마쳤다. 엄마와는 달라도 참 다르다. 엄마는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지만 아이는 아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에서 함께 유학온 친구, 동생, 형아와 어울리기 바쁘다. 도시에서는 소극적인 아이인 줄 알았는데 이 엄마가 너무 몰랐다. 아이는 골목대장이라도 된 듯 아이들을 이끌고 놀이를 주도한다. 내 뱃속에서 나온 그 아이가 맞나 싶을 만큼 아이는 생기가 넘친다. 


굳이 음악을 듣지 않아도 종일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급이다. 원래 자연의 소리가 이토록 다채로웠을까. 아침이면 매미 소리에 눈을 뜬다. 이사 온 지 오늘로 사흘 째. 아이는 개학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나는 앞으로 아이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한다. 이 걱정쟁이 엄마란 쯧. 


하늘은 푸르고, 산은 초록빛이다. 집 앞에 흘러가는 강물은 종일 반짝거렸다. 대단한 풍경이 아닌 것 같지만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하고 살았던 순간이다. 훗날 아홉 살 아이가 어른이 되어 지금 이때를 웃으며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더 욕심부리지도 말고, 더 잘하려 애쓰지도 말자. 내 인생에도 큰 이벤트가 될 이번 인제 살이를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겠다. 


매일 모닝페이지를 쓰게 될 테이블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끝내주는 이 곳, 강원도 인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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