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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Aug 21. 2023

시골살이 1주 차를 맞이하며 다짐하는 것 3가지  


강원도 인제로 이사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정신없이 지나간 한 주간이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어떻게든 해나갔다. 나는 엄마니까 강하다. 강해야 한다. 아이와 단 둘이 시골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 마음을 굳게 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어수선했던 집도 단정하게 정리됐다. 이곳에 와서도 대충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 이것저것 배우고 있는 중이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내겐 어려운 일이니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해서 해보자고 말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집 앞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짐 1. 도시에서보다 오히려 덜 걷는다. 일부러 운동할 시간을 내자. 


이곳에서는 이동수단이 자가용으로 제한된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으니 오히려 덜 걷게 된다. 작정하고 걸으려면 큰 마음을 내어야 할 정도다. 그래서 체육문화센터 헬스 월회원권을 샀다. 한 달에 3만 5천 원. 운동복과 타월은 제공되지 않지만 알차고 깨끗한 공간이다. 아이를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나면 차를 끌고 이곳으로 온다. 1시간 걷고 뛰고, 스트레칭까지 하고 나면 땀을 뚝뚝 흘린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나오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다짐 2. 벌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곳을 침입한 건 벌레가 아니라 바로 나다. 


어쩔 수 없이 벌레와 동거하고 있다. 도시에서만 살던 내게 온갖 벌레들의 천국인 이곳은 나름의 각오를 해야 한다. 도시에서는 파리와 모기 정도만 알았는데, 시골에 오니 듣도 보도 못한 벌레들과 친구가 된다. 크고 작은 거미들이 집 안 곳곳에 거미줄을 친다. 벌레들도 궁금할까? 아니면 나를 경계하고 있을까? 벌레가 등장했다고 해서 소리 지르고 요란법석을 떨 게 아니라 적당히 피하기도 하고 내보내주기도 해야겠다. 이왕 자연 속에서 살기로 선택했으니, 벌레와도 공생할 것을 선택해 보자. 


다짐 3. 몸이 이끄는 대로 잠들고 눈을 뜬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겨도 좋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밤이 되면 집 앞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진다. '칠흑 같은 어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았다. 그러니 밤하늘에 별은 찬란히 빛난다. 북두칠성을 바라보다 졸리면 잠이 든다. 알람 소리 없이 일어나면 아침 6시일 때도 있고, 7시일 때도 있다. 아이의 등교시간에만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자고 싶을 때까지 자려고 한다. 그동안 참 많이 부족했으니까. 이렇게라도 잠이 부족했던 나의 삶을 돌아보고, 조금씩 채워나가 보려고 한다. 


이제 겨우 1주 차다. 한 주가 한 달 같았다. 그만큼 밀도 높았고 스펙터클 했던 시간이었다. 이제 2주 차를 시작하며 세 가지 다짐을 이곳에 정리해 봤다. 단 일주일이었지만,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모니터만 눈 빠지게 들여다보던 내가, 이곳에서는 수시로 먼 산을 바라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멍 때리기는 시간 낭비인 줄만 알았더니 효용가치가 큰 행위였다는 사실도 함께 배운다. 강원도 인제살이가 나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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