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이 뜬다고 한다. 비가 그쳤다. 구름은 여전히 바삐 달리고, 달은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가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쑥버무리 향기가 어른거린다.
장마철 7월에 지인에게 쑥을 얻었다. 전국의 들판에, 길가에 널린 게 쑥 아닌가. 맞다.흔하디 흔한 쑥은 이 땅의 선물 같은 존재다. 이 쑥은 잎에 무늬가 들어있는 희귀종이다. 식물의 일반적인 이식 방법을 따르기로 했다. 손상된 뿌리를 자르고 줄기도 키를 낮추어 자른다. 상토를 채운 삽목 그릇에 심었다. 반그늘에 두고 마르지 않도록 물관리를 해주었다. 반그늘이 삽목에 좋은 이유는, 햇빛이 너무 강하면 뿌리가 없기에 견디지 못하고 타버린다. 너무 그늘지면 뿌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잎 두장을 반으로 자른 뒤 남겨두어서 광합성을 하게 한다. 이때 만들어진 양분을 체관을 통해 내려 보내야 뿌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시월중순인 14일에 캐보았다. 뿌리가 돋아 있었다. 포트에 옮겨 심었다. 새로운 개체를 얻었다. 한국에서는 쑥이 너무 흔해서 대접받지 못하나 프랑스에서는 귀한가 보다. 국법으로 함부로 캐지 못하게 한다고 어느 방송에서 들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유럽쑥은 독성이 강해서 환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약류로 분류된다고 한다. 의료용 외에 채취나 식용이 금지된다고 한다. 작업하다 다치면 응급 지혈제로서 쑥이 유용하다. 쑥을 비벼서 물이 나오게 하고 상처에 붙여 5분 정도 압박하면 크지 않은 출혈은 멈춘다.
군인시절 행군 중이었다. 폭음통이 손에서 터져 손을 다친 군기반장 선임병에게 길가에 자란 쑥을 급히 뜯어 붙여서 지혈해 준 적이 있다. 지혈효과는 좋았다. 이후 선임병의 보이지 않는 호의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쑥으로 만든 개떡이나 송편도 쑥향이 얼마나 좋은가.쑥절편도 쑥인절미도 먹고 싶다. 쑥국이라도 끓여달라고 해야겠다. 날이 밝으면 쑥을 뜯어야겠다. 얼마 전에 쑥 벤 자리에 새 쑥이 돋는 것을 봐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