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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멈춰 서다

Part2 - 꿈을 향해 가다 서다

by 고율리

일이 술술 풀리고,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은 순간이 있다.
운이 따라주는 것 같고, 예상치 못한 행운이 나를 찾아오는 그때.
이제 정말 살만해졌구나 싶을 때,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꿈이 스멀스멀 올라와 다시금 손에 쥐어진다.

딱 3년 전, 그랬다.


배움이 부족하다며 공부하고, 일하며 보낸 시간이 지나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잠시 미뤄두었던 글. 그림 작가의 꿈을 다시 꺼내어 조심스레 시동을 걸었다.
걱정 없이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던 그때, 정말 이대로만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
멈춰 섰다.
엄마와 함께.


KakaoTalk_20250211_112953691.jpg 고슴도치 룰루

어느 날 아침,

"엄마가 응급실에 실려갔어."
그 전화 한 통과 함께 나의 시간도 멈췄다.

몇 주 동안 병원에서 엄마와 함께하며,
너무 익숙해져 있던 일상도, 바쁘게 굴러가던 내 인생도,
엄마와 함께 가던 길을 멈춰 섰다.


늘 곁에서 잔소리하고, 참견하고, 평생 내 옆에 있을 것만 같던 엄마.
그 엄마가 어느 날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엄마, 엄마"를 끝없이 불렀다.


나는 차별의 서러움과 억울함을 안고 자란 K둘째다.
공부 잘하는 언니, 예쁜 동생 사이에 낀 나는
늘 양쪽에서 눌린 샌드위치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다.
그런 내 푸념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들어주던 사람, 엄마다.


엄마와 함께 가던 길을 멈추고,

비로소 나는 엄마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주름진 얼굴,
거칠어진 손,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어."

조용히 내뱉는 엄마의 말에 눈물이 차올랐다.

퇴원하면 다 나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는 다르게 3년의 투병 생활 동안, 엄마는 점점 아이처럼 변해갔다.

엄마와 함께 멈춰 서니,

나도 잠시 멈추었다.
꿈을 향해 가려던 길도, 잠시 접어두었다.

엄마와 함께 누워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글과 그림의 꿈을 다시 꺼내 보았다.
엄마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딸, 꼭 해봐. 엄마가 응원할게."

그 말에 신이 나
그동안 그려왔던 그림들을 하나둘 펼쳐 보였다.
엄마는
"이거 정말 네가 그린 거야? 몇 장 줘봐~ 친구들한테도 보여주고 자랑하게!"
하며 기뻐했다.


엄마와 함께한 이 멈춤의 시간.
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엄마에게서 충전받는다.


삶은 때로 우리를 멈춰 세우지만,
그 멈춤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한다.

이제,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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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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