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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의 꿈, 꿈을 꾸며 가다

Part2 - 꿈을 향해 가다 서다

by 고율리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린 시절, 이런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꿈을 꾸었다.
책을 읽다가, 노래를 듣다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어느 날은 선생님이, 어느 날은 시인이, 또 어느 날은 화가가 되었다.
꿈은 내 안에서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고슴도치 룰루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거위의 꿈)

30대 초반, 글과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절.

나는 이 노래를 입버릇처럼 흥얼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꿈도, 노래도 서서히 희미해졌다.

가다 서다, 가다 서다.

느리게, 너무 느리게 가고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친동생과 카페에 앉았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어색한 우리 자매.
동생에게 인스타에 올린 그림과 브런치 글을 보여줬다.

"언니, 동화 교실 다녔어? 브런치스토리가 뭐야? 신춘문예 도전했어? 그림 그려?"

동생에게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으니, 당연한 질문이다.


나는 내 꿈을 가족들에게 말하는 것이 낯설다.
왜일까?
이루지 못할까 봐?
부끄러워서?

다시 노래 가사를 떠올려 본다.

"그래요 난 나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거위의 꿈)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치이고 꿈에서 멀어지면 움츠러든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면 주변에 알리라고. 그러면 더 가까워진다고."


말만 앞서는 사람이 될까 봐,
내 꿈을 쉽게 이야기하는 게 꺼려졌다.
결과를 내고 난 후, 멋지게 "짜잔!" 하고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거위의 꿈)

이 노래 가사가, 언젠가는 내 이야기가 될 거라는 걸.

그렇게, 도치는 꿈을 꾸며 오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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