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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평화, 감사하며 서다

Part3-그저 주어진 길을 가다 서다

by 고율리

꼭 이루고 싶은 게 있으면,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 안간힘을 쓴다. 애쓴다. 마음을 달달 볶는다. 시작이 어렵고 속도가 느릴 뿐, 마음먹은 건 끝까지 해보려고 버틴다. 악착같이. 그러다 지친다. 내 힘에 내가 나가떨어진다.


이번엔 속도를 좀 내보자고 했다. 더미북을 완성했고, 결이 맞을 것 같은 출판사 다섯 곳을 고심 끝에 골라 투고했다. 한 달이 지났다. 두 곳에서 거절 메일을 받았다.


투고 메일을 보낼 때까지만 해도 마음이 두근두근 설렜다. 자존감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았고, 왠지 이번엔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예감은 점점 흐려지고, 자존감도 서서히 낮아졌다. 나는 내 부족함을 하나둘 스스로 찾아내며, 조용히 수직으로 떨어졌다.


지난주, 언니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언니가 말했다. 그냥, 모든 일에 조금은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살아보라고.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말고, 닥친 일들을 그저 받아들이라고. 수용하라고.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 거라고.


읽고 있던 책에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수용. 평화.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마음에 평화를 깃들이며,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기.


그렇게 살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어도, 어느새 또 조바심이 고개를 든다. 그 조바심이 애써 다잡은 마음을 슬쩍 망쳐놓는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다음은 내 몫이 아니라는 걸. 결과를 수용하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배움을 또 하나 가슴에 담으며, 인생길을 가다, 서다, 다시 가다…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오늘도 마음속에 수용. 평화. 감사를 조용히 새긴다. 그리고 조용히, 잠시 기도하며 선다.

고슴도치 룰루 / 그림 고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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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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