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그저 주어진 길을 가다 서다
“나한테 맡겨놨어?”
“언니잖아.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고마운 줄 좀 알아. 넌 나한테 뭐 해줬는데?”
“난 동생이잖아.”
동생의 부탁하면서도 참 당당한 그 태도에 매번 욱 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마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기대고 들어오는 그 모습에 마음이 쿡쿡 찔린다.
그럴 때 옆에선 꼭 누군가 한마디 한다.
“그럼 해주지 마. 안 해주면 되잖아.”
맞는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안 해주면 된다. 그런데, 징징거리며 옆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그걸 외면하는 게 또 어렵다.
그러면 또 다른 사람이 말한다.
“해줬으면 쿨하게 해. 생색내지 말고.”
그 말에 또 욱 한다.
‘아니, 해줬는데 생색도 못 낸다고? 해주는 건 내가 했고, 마음을 쓴 것도 나인데, 왜 그건 티도 내지 말라는 건지.’ 억울한 마음이 더 커진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챙겨야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챙기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이 내 등에 올라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해주자.” 하며 넘기지만, 내가 지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땐 그 작은 무게조차 숨이 턱 막히게 무겁다.
‘나도 힘들어.’
라고 말하는 날이 온다.
그럴 때면, 나 혼자 팔짝팔짝 가볍게 인생길을 뛰어가고 싶어진다. 억울해, 억울해, 이렇게는 안 살 거야. 다짐하며 가시를 세우고, 나라도 나를 챙겨야겠다며 이기적으로 살아보겠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그런데 폭풍 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나니, 나도 모르게 가시가 무뎌져 있었다.
평생 내 등에 얹혀 있을 줄 알았던 이들도, 어느 날 슬그머니 내려와 각자의 길을 걸어가더라.
등에 업고 가는 일이 내 어깨를 짓누르고, 인생길을 방해하고 있다면 내려놓는 게 맞다. 더는 못하겠다면, 그걸 그대로 인정하는 것도 하나의 용기다.
하지만 잠시, 업어 달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나 또한 언젠가 누군가의 등에 기대어 가야 할 날이 있을 테니,
삶이라는 길 위에서 가끔은 등을 내어주며 살아도 괜찮다는 걸 깨달으며 오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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