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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을 따라가다 멈춰 서다

Part1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가다 서다 - 02

by 고율리

열심히 따라가다 멈춰 섰다. 멈춰 선 그 순간조차 내가 정말 멈춘 건지 알지 못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저 가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노를 저었다. 아무리 저어도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제야 비로소 내가 제자리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특별한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멈춰 섰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 채로, 한참 멍하니 있었다.

사실 나는 왜 배가 멈췄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원인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계속 노만 부여잡고 있었다.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해결될 거라 믿었다. 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면 뭘 얻을 수 있을지조차 모른 채, 그저 열심히만 갔다. 그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앞으로 가려했지만 결국 또 멈춰 섰다. 노마저 놓아버리면 영영 가지 못할 거 같아서, 그렇게 노만 부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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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을 쫓아가다, 쫓아가던 무리 중 누군가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넌 누구야? 우리랑 좀 다르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맨 뒤에 있었지만 내가 무리에 속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 말에 나는 또다시 가던 길을 멈췄다.


살면서 이런 순간은 수없이 많았다. 학교에서도, 어떤 모임에 참여할 때도, 꿈을 가지고 배우고 싶어 들어간 수업에서도.
“넌 여기 있기에 부족한 것 같아.”
그 말들이 나를 무너뜨렸다. 나는 슬퍼하고 좌절했다. 그들의 말에 동의하며 스스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그래, 난 여기 있을 자격이 없어!”
나는 스스로를 남들보다 더 가혹하게 몰아세웠고, 나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멈춰 섰다.


지금도 여전히 남들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이제 나는 매일 아침 긍정의 말과 칭찬의 말을 큰소리로 반복하며 나 자신을 다독이려 노력한다.


“그 누구도 너를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어. 이 길은 네가 직접 선택했고, 여기 있을 자격은 네가 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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