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가다 서다 - 01
스스로 느리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남의 뒤를 부지런히 쫓아가기 시작했다.
길을 잃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열심히 꽁무니를 따라다녔다. 그런데 정작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게 딱히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20대의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남들을 어떻게 하면 맨 뒤에서라도 쫓아갈 수 있을까만 고민하며, 열심히 맨 뒤에서 따라갔다.
누군가를 앞장서서 이끄는 것은 두려웠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뒤에서 빨리 가라고 답답하다는 말을 몇 번 듣고 나서부터, 자연스럽게 차라리 뒤에서 쫓아가는 게 낫겠다고 여겼던 것 같다. 남들이 한 발 내디딜 때 나도 한 발 내디디고 싶었지만, 마음만 앞섰다. 결국 앞이 아닌 남들의 발만 보고 따라가게 됐다. 남들이 두 발을 내디디면, 나는 겨우 한 발을 내디뎠다. 그래도 아주 뒤처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정신을 부여잡고 그저 쫓아가기만 했다.
지금의 내가, 정신없이 가고 있는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앞을 가로막고 멈춰 서서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어디 가?"
그러면 분명 "몰라"라고 답할 것 같다.
"그런데 왜 가?"라고 다시 물으면, 가야 할 길을 놓칠까 봐 초조해하며, 그냥 빨리 비켜달라고 말할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무리에 휩쓸려 남들이 가는 길을 맨 뒤에서라도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때와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그렇기에 그때의 나를 확 바꿀 만큼 의미 있는 조언이나 교훈적인 말을 해줄 자신도 없다.
하지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옆 사람에게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어보라고.
지금의 나는, 내가 가는 길이 정말 맞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남을 따라가지 않기를.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방향이 맞는지 스스로 물어보기를.
적어도 나의 생각과 마음이 향하는 길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무리와 함께하는지 알며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