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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미래만을 위해 가다

Part 1 -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가다 서다 - 05

by 고율리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견딘다. 마음속에서 스며 나오는 불편함도,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도 애써 눌러가며 하루를 살아간다. 희망이라는 무기를 손에 쥐고, 성실함을 방패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다하고, 지금의 노력이 언젠가 빛을 발하길 바라며 인내한다.


늘 열심히 사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똑같은 목표를 위해 달려왔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정작 머물러야 할 '지금'은 놓쳐버리고 있었다.

07.jpg 고슴도치 룰루

영화를 보러 갔다. 화면만 멍하니 쳐다볼 뿐,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다음 주 처리해야 할 일들이 떠오른다. 주변 사람들이 웃을 때 웃지 못하고, 울 때 울지 못했다.

옷장을 열었다. 큰맘 먹고 산 새 옷은 여전히 태그가 달린 채 걸려 있다.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둔다고 했지만, 그 특별한 날은 도대체 언제쯤 찾아올까? 그렇게 '지금'을 놓치며 살아온 시간이다.


깨달음은 느리게 찾아온다. 지나간 과거는 붙잡을 수 없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어찌할 수 없다. 유일하게 내 손안에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깊이 굳어진 삶의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어느 날, 감사라는 마법을 만났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할 일이 뭐가 있을까?"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감사했다. 손에 들린 따뜻한 커피 한 잔에도 감사했다. 생각보다 감사할 일이 많았다. 매 순간 감사의 마음을 떠올리니, 과거와 미래에 끌려다니던 마음이 현재라는 시간에 차분히 머물렀다.


더 밝은 미래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질주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 조용히 서 있는 나 자신에 집중한다. 감사하며 걷는 이 길 위에서는 오직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한다.

들려오는 새소리, 부드럽게 감싸는 바람의 결, 발밑에서 부서지는 낙엽의 소리. 크고 작은 순간들에 감사하며 한 걸음씩 느리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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