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가다 서다 - 06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문득,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질문이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현실을 마주하며 “내가 왜 이러고 있나?”라는 물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다 끝내는 이렇게 생각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밥도 못 먹어 가며 발버둥 치며 사는 걸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나는 그 순간 분명 행복하지 않다. 그럴 때면 정말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 진다.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니 다 집어치우고, 나를 지금 이 자리에서 쏙 빼내고 싶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당장 떠나고 싶어 진다.
나는 한 가지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밥이고 쉼이고 다 잊어버리는 성격이다. 엉덩이의 힘으로 버틴다며 끝까지 앉아 있곤 하지만, 결국 의자가 부러질 듯한 순간이 와서야 털썩 주저앉으며 정신을 차린다. 사람들은 이런 상태를 ‘번아웃’이라 부르지만, 사실 처음부터 내 의욕이 너무 앞섰던 탓이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유튜브에서 아주 천천히 뛰는 러닝을 알게 되었다. 호흡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대화할 수 있을 만큼의 속도로 천천히 달리면서 몸에 맞는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삶에서 나는 종종 전력 질주를 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헐떡거리며 결국 멈추고, 포기하고, 다시 일어나는 걸 반복했다. 의욕에 넘쳐 무리하게 일정을 짜고, 그 일정에 맞추려 억지로 자신을 밀어붙였다. 그러고는 “나는 열심히 살고 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쉼’은 빠져 있었다.
내가 자꾸 아니라고 외치며 멈춰 서는 순간은, 어쩌면 속도를 조절하라는 내면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느냐는 내가 선택한 속도에 달려 있다. 일하면서도 편안하게 호흡하고, 밥 먹을 시간도 갖고, 때로는 웃을 수 있는 스피드를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이 고통을 견디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 우주를 떠도는 것 같은 공허감을 느꼈다.
삶에서도 편하게 호흡하며,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려간다면 어제 행복했고, 오늘도 행복하며, 내일도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면의 내가 “멈춰 서라”라고 말하는 순간이 바로 나 자신과 다시 연결될 기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