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이 이끄는 길로 가다

Part 1 -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가다 서다 - 07

by 고율리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죽으로 된 튼튼한 플래너를 장만했다. 매년 비슷한 기대와 다짐으로 플래너를 사지만, 한 해를 돌아보면 계획대로 흘러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KakaoTalk_20250121_104015182.jpg 고슴도치 룰루

삶은 내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간절히 바라던 일이 실패로 끝났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지나고 보면 그 실패가 오히려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던 순간도 있었다. 대학 시절, 장학금을 간절히 바라며 밤낮없이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는 크게 실망했지만, 뜻밖에 다른 기회가 찾아와 나를 성장시켰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요즘 자주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 예상치 못한 실패가 더 큰 기회를 열어주고, 뜻밖의 행운이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진다. 좋은 일이 찾아왔을 때는 나쁜 날을 대비하고, 힘든 순간에는 좋은 날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이치인 듯하다.


때로는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닌, 세상이 이끄는 길로 들어설 때가 있다. 그 길이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부정하거나 버티기보다는 그저 걸음을 내디뎌보려 한다. 그 끝에서 어떤 나를 만날지 기대하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며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올해의 플래너에는 무리한 계획을 빼곡하게 채우기보다는 하루하루의 작은 발자취를 기록하고 담아보려 한다. 작고 사소한 성취에도 감사하고, 예기치 못한 도전 속에서 배움을 발견하며. 세상이 이끄는 대로 걸어가다 보면, 그 길 끝에서 어떤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7화내면의 내가 아니라고 해서 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