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에 돌아온 우리는 신이 나서 이불을 깔았다.
평소에는 새로 산 이불을 덮기 전에 깨끗이 빨래부터 하는 여자친구도 지금 상황에서는 개의치 않고 이불의 포근함을 즐겼다.
“ 와 이제 살 것 같다 ”
잠자리를 제대로 갖추고 나니 극심한 허기를 느꼈다.
“ 우리 이제 뭐 먹지? ”
여자친구는 자신의 요리실력을 뽐내려 엄청난 크기의 냄비를 준비해왔었는데 난 그때 알았다. 그건 찜닭을 위한 것이라는 걸.
전자레인지는커녕 매점 앞 수도꼭지가 전부인 노지 야영장에서 찜닭이라니…. 난 걱정이 됐었지만 일단 쌀을 씻어 밥을 짓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매점까지 가는 게 귀찮다고 계곡물에 대충 헹궈서 밥을 지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도 이런 방귀 같은 말을 했던 것 같다.
“ 여기 계곡은 바로 먹어도 되는 물이라서 저 물로 밥을 해도 될 거야 ”
이때 난 소변이 급할 때 후다닥 계곡에 들어가서 해결했던 내 행동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수많은 남자들이 그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더욱더 하지 못했다.
찜닭이 되기까지 허기를 달래며 맨밥에 김치만 씹으면서도 우리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랑에 미치면 딱 이렇게 되는 것이다. 힘들게 차린 식사를 마치고 부른 배를 두드릴 때쯤 또다시 걱정이 생겼다.
‘ 이거 설거지가 너무 어렵겠는데? ’
벌건 기름이 둥둥 떠 있는 냄비를 보며 걱정하고 있던 순간, 그 고민을 할 시간도 없이 여자친구는 나에게 신호를 줬다.
“ 화장실….”
내가 약간 귀찮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끝까지 맺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난 오히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흔쾌히 대답했다.
“ 어? 가자, 가자 ”
굳이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해서 말하면 내 감정을 조금은 숨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난 설거짓거리를 챙겨서 금방 따라갈 테니 혼자서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지금 생각하니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나 할 법한 말이었지만 그 당시 난 진심으로 걱정하며 물었다.
“ 응, 좀 그렇긴 하지만 먼저 가볼게 ”
여자친구도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걱정됐는지 먼저 간다고 답했다.
“ 어 그럼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갈게 ”
난 큰 냄비에 식기들을 차곡차곡 담아서 화장실이 있는 매점으로 향했다. 그때 설거짓거리를 들고 가는 다른 여자분을 발견했는데 난 그때 삼촌 장비에는 없는 캠핑 필수품을 발견했다.
‘ 설거지통.’
동그랗게 생긴 모양에 두꺼운 방수가죽으로 만들어진 그 제품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 다음엔 꼭 사야지 ’
모든 장비가 다 있다고 큰 소리치던 삼촌의 장비중에는 이 필수품이 빠져있었고 그때 난 그 설거지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매점의 열악한 수도를 이용해서 설거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아 가며 벌건 기름기를 닦아 내는 것이 곤혹이었는데 그나마 내 뒤의 줄이 짧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