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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bee Sep 03. 2024

몽골을 엿보다(4)

이크 에크, 야크야크

6/9(일)


몽골은 오늘 아침도 맑음!


화요일 귀국이지만, 사막투어는 오늘이 벌써 마지막날이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대로 움직이고 지냈는데 벌써 끝이라니... 하지만 여기서 슬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귀한 시간 더 알차게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게르 문을 열고 나서니, 춘애언니가 굿모닝 인사를 건네며, 몽골전통의상을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게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혜정언니의 애증(?) 무거운 즉석사진기로 나온 사진도 한 장씩 선물 받았다.

내가 입은 옷은 초록색! 뭐랄까... 치파오 같은데 좀 더 투박하고 정겹달까. 춘애언니의 사랑으로 또 건진 우리의 우정 + 인생샷샷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드디어! 오늘은 낙타 인형을 구매할 수 있다:)

오늘의 코스는 '바양작' 그리고 '욜링암'

공룡 화석과 박물관이 있던 바양작은 사실 낙타에 눈이 멀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돌과 뼈가 섞여있다는 자그마한 모래언덕에서 고비사막에서 보다 더 큰 모래 폭풍을 만나 정신을 못 차렸다.

네... 듣던 대로 옷, 신발, 모자, 선글라스 다 모래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럴 줄 알고 마지막으로 버릴 옷 입고 온 나 자신 칭찬해!!!


혹시, 사막의 척박한 한가운데 가시 돋친 민들레 한송이가 있었다면 믿겠는가? 아무것도 없는 그곳, 한송이의 민들레가 나 민들레라는 걸 표현이라도 하듯 노오란 꽃봉오리까지 열려있었다.

생명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어디선가의 물을 머금어 하루하루를 버티어 가는 민들레도 저렇게 꼿꼿이 서있는데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몽골은 참 이상한 곳이다. 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일렁일렁, 이런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에.

 

그 옆으로 쓰-윽 돌면 한국에서부터 몽갬팸이 노래를 불러댔던 수제낙타인형 판매점이 보인다. 수제라 그런지, 같은 모양의 친구들이 한 개도 없고, 하얀색부터 짙은 갈색까지 눈 모양도, 등받이 색도, 심지어 잡는 끈까지도 모두 달라 눈이 뒤집어졌다. 과소비하지 않겠다던 나까지 결국,, 오빠 거, 친구 거 하다 결국 10마리는 입양해 버린 웃픈 이야기...


하지만 한국에 와선 가장 애정하는 백팩 뒤에 기분 좋게 달랑달랑 함께 다녀주는 낙타! 내가 입양한 아이는 핑크베이지색의 파란색 안장, 눈이 참 반짝반빡 이쁜 친구로 쳐다볼 때마다 몽골에서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며, 입꼬리가 올라가게 해 준다.


아, 참, 이건 비밀인데, 뇌는 멍청해서 입꼬리만 올려도 도파민이 나와 행복하단 감정을 갖게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지는 거예요"라던 유명인의 말이 일리가 있다며 내 사랑하는 친구가 말해줬었다,


여하튼, 낙타까지 야무지게 입양들 한 뒤 2-3시간 달려 도착한 거대한 수염수리 계곡, '욜링암'에서의 트레킹.

입구에서부터 맞이해 주던 수많은 말들과, 아무렇지 않게 말과 교감하며 뛰던 5살 남짓한 꼬마아이들,,, 몽골에선 4살 때부터 홀로 말을 타기 시작한다고 한다.

잡아줘도 제대로 타기 어려워했던 엊그제가 스쳐가며 약간 부끄러우면서도 그들의 자유로운 생활에 경의를 표하며, 한편으론 약간 부럽기도 했다.


광활한 국립공원, 시력이 좋아지는 듯 깨끗한 초록색 풍경과 흘러가는 시원한 계곡물줄기를 따라 걷는데,


응? 소야? 들소야? 야크 떼다!!!!!!!


진짜 야크였다, 가파른 산을 타고 일렬로 내려와 우리와 불과 5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물을 마시는데... 와, 나 몽골 왔구나. 이게 가능하구나.

몽골에선 미리 짐작하지 말 것, 자연의 경이로움을 즐길 것, 놀란만큼 그대로 받아들일 것.


우두머리로 보이는 야크는 물 마시는 식구들을 쳐다보는 우리를 한참 경계하더니 무리를 이끌고 다시 그 가파른 산을 일렬로 올라 사라졌다. 야크는 똑똑해서, 집은 산중에 있고 저렇게 일렬로 다니며 공격을 피한다고 튜메언니가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머리 위론 하얀 대머리 독수리들이 활개치고 다니는데, 절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수리는 사람을 보면 공격하고 사실, 먹을 줄 알았는데 이 또한 나의 건방진 생각이었겠지.


야크 떼를 보고 신난 유정이와 함께 왼쪽 오른쪽으로, '이크 에크, 야크야크' 노래 부르며 스텝 밟다 보니 어느덧 도착한 얼음벽......? 이 날씨에 이곳에 뜬금없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지형이 있는데, 처음엔 믿기지 않아 손을 가까이 갖다 대니, 너무나 차갑다. 심지어 조금 더 들어가면 고드름도 딸 수 있었다. 파란 후드를 입고 얼음길을 조심스레 걷다 보니, 마치 펭귄이 된 느낌이었다. 땅바닥 군데군데엔 구멍이 뻥 뚫려있는 곳들도 있었는데, 이는 기후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서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라고 하셨다.


이런 곳까지 모두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 작게는 충전기부터, 에어컨, 더불어 분리수거 등 나부터 작은 일들을 실천하여 이 아름다운 절경이 이 상태로나마 유지되도록 기도할 것이다.


왕복 3시간 정도의 짧지 않은 트레킹을 끝내며, 애증의검은 모래 운동화도 안녕! 시원섭섭하다는 게 이런 기분일 것이다. 버려서 짐을 덜은 건 좋지만 가방이 가벼워질수록 우리의 여행은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단 뜻이니 말이다.


마지막 숙소는 3인 1실, 너무 늦게 도착한 우리 팀에게 숙소 측은 따로 음식을 내어주셨고 마지막밤이니만큼, 튜메 그리고 모기와 함께 맥주도 함께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우리의 드라이버 모기가 25살이며 3명의 자녀가 있다고 말한 건 비밀, 날 보고 19살 같다고 말해준 건 안비밀!! 모두에게 자랑해야지!!!:)


마지막 밤인데 이렇게 끝낼 순 없지!!


마침 혜정언니 생일이어 깜찍한 동생들이 준비한, 초코파이와 곰돌이 케잌 그리고 막내가 한국에서부터 들고 온 양초까지 완벽한(?) 케잌으로 서프라이즈 파티를 했고, 마피아 게임 등을 하다 어느새 3시를 넘어가는

시곗바늘을 원망하며, 정말 사막여행의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


가지 마라, 시간아. 가려면 천천히 갔으면...... 모든 시간, 순간을 감사히 여기고 마음에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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