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am. 몽골에서 맞이한 쌍무지개
6/10(월)
자, 이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떠나보자.
10-11시간이란 긴 시간을 다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6am 이른 아침 기상 후 조식을 간단히 먹고 엉덩이가 찌부될 수도 있단 비장한 마음으로 푸르공에 올라탔다.
한국에서 계획을 짤 땐 어떻게 10시간 넘게 가지, 전 날 날을 새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 '몽갱팸' 시끄러운 거 빼면 시체 아닌가! 무슨 할 말이 마지막까지 이렇게나 많을까, 중간에 잠깐씩 내려, 점심 및 휴식을 취하며 한참을 달리고 달리다 보니, 차가 점점 많아졌다.
울란바토르의 첫 만남은 봉구스 밥버거, CU, GS, 신전 떡볶이 등 한국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넘어와 있어, 여기가 몽골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긔'의 배려로 가들 가보고 싶어 했던 '캐시미어 상점'에 운 좋게 도착했고, 그 규모는 우리나라 작은 아울렛 정도? 경비가 매우 삼엄하다. 왠지 격식 차리고 들어가야 할 듯하여, 샌들로 교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100% 캐시미어는 처음이라... 생각보다 까슬한 촉감에 놀랐고, 알록달록한 스카프나 쨍한 옷색깔에 질겁했고, 생각보다 꽤 비싼 가격에 슬펐다.
그래도 살 건 사야지! 이번에 첫 애엄마가 된 지은이 손장갑과 엄마를 위한 알록이 스카프, 그리고, 나를 위한 덜 쨍한 목도리!!(이 목도리... 몽골기분에 따라 산 건데... 맬 수 있겠지....?)
생각보다 큰 지출을 하고 배가 너무 고팠지만, 오늘 국영백화점을 가지 않으면 우리에게 기념품 쇼핑 할 시간이 없다!!!
'한 몽골 학교' 옆 자리 잡은 예약했던 에어비앤비에서 우리의 베스트 드라이버 '모긔' 그리고 우리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스럽게 봐주던 '춘애언니(본명-튜매)'와 작별인사를 했다.
한 명씩 꼭 안아주며, 행복하라고 정말 즐거웠다는 춘애언니의 말에 눈치 없이 눈물이 또르르... 내가 살면서 언니를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아니, 몽골에 다시 오더라도 그 많은 가이드님 중에 춘애 언니를 만날 수 있을까?
다들 정말 마지막이란 걸 직감했는지 인사만 1시간은 한 것 같다. 전달되진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말하고 싶다.
모긔 그리고 튜매, 4박 5일간 철딱서니 없고 시끄럽던 우리를 항상 사랑스럽게 봐주시고, 더 많은 경험, 많은 음식, 그리고 해박한 지식으로 함께 해주어 정말 감사했고,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오들오들 떨며 삼겹살 구워먹던 일, 길가에서 라면 먹었던 것, 아침이 되면 방마다 깨우며 사랑스럽게 봐주던 그 일들 앞으로 살아가며 마음에 한켠에 보물처럼 기억 간직할게요. 언제 어디서나 건승하시길! 그리고 행복하시길.
근처에 '블랙버거'라는 유명한 집이 있기에 거기서 저녁을 먹자는 (그때는 몰랐던 원대한 꿈) 플랜을 세우고, 마감이 3시간 남은 숙소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국영백화점'으로 고고!!
나는 분명 살게 없었는데....진짜 없었는데.... 병원 식구들과 친한 친구들, 그리고 맛있었던 당근주스(네가 범인이야!), 커피가루 등을 사다 보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고, 우리는 각자 양손 가득이고 지고 20분 걸릴 거리를 30분에 걸려 도착했다.
완전 넉-다-운.
아차, 햄버거 가게! 검색해 보니 마감이 30분밖에 남지 않아, 절반은 가게에, 절반은 숙소에서 정리하고 상을 차리고 있기로 했다. 합리적인 우리 칭찬해.
그리고, 걸려온 전화.
"언니, 문 닫았어...."
what???
이걸 먹으려고 술과 과자 외엔 구매하지 않았다. 근처의 피자헛도 문 닫은 상태... 생각하자.... 생각해.
"오늘길에 있는 편의점에 다 들어가서 삼각김밥 쓸어와. 여기 라면 3개 있으니까 라면이랑 삼각김밥은 부셔서 볶음밥 해 먹자"
와, 진수성찬으로 기대 가득했던 숙소의 낭만은 11pm 무렵, 그러니까 정확히 우리가 10시간 굶주려 있은 후,갑자기 '몽갱팸 생존기'가 됐다.
몽골에 한국 편의점이 많이 들어와서 참 다행이다^^
삼각김밥을 부시고, 가져왔던 불닭소스로 간을 맞춰 낸 볶음밥과 신라면, 그리고 과일들. 보드카 그리고 맥주.
이건, 완-벽.
예의가 어딨겠는가, 다들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나서야 샤워하고, 대망의 우리만의 '당근마켓'을 개최할 수 있었다.
당근 마켓이란 몽골에 가져간 옷이나 물건엔 모래가 박혀 쓸 수 없단 글들을 읽고 일회용품이나 안 입을 옷으로 채워 온 캐리어 속 물건 중에 쓰고 남거나, 안 쓴 물건을 경매하는 것이다, 물론, 선착순 무료로.
오늘의 MC는 나, 마루를 가득 채운 물품들. 하나씩 쓰고 입으며 호스팅을 하는데, 다들 배꼽 빠져라 웃는다... 웃어준다...? 아니야 웃는 걸 거야. 나.... 좀 잘하는데? 셀러 재능이 있는데?
물건 중 3분의 1 정도는 당근으로 나눔 하고 나머지 물건을 그동안 고생했어 안녕... MC지만 나 또한 맘에 드는 몇 가지 물건을 get :)
한참을 물건 나눔으로 시끌시끌 , 이제 정말 캐리어 정리까지 모두 마친 후 다들 다시 거실에 모였다.
MN을 한참 넘긴 시간이지만, 그리고 너무나도 피곤했지만 잠들기 힘들다, 아니 억울해서 잠들 수 없다.
매일 아침, 잠자리에 들며 힘들다 생각하며 하루씩 일정을 소화해 낸 게 벌써 끝이라고? 이렇게 생생한대?? 뭔가 울컥하면서 억울함이 밀려왔다.
별 이야기 들은 하지 않았지만 도란도란 아무도 자지 않고 이야기했던걸 돌이켜 보면, 아마 다들 그런 마음이지 않았겠는가?
3am,4am,5am... 창가를 보면 한 명이 소리를 지른다.
"얘들아 여기 와바, 쌍무지개가 떴어!"
와다다다 달려가보니, 와 진짜, 쌍무지개였다.
마치 이 밤이 아쉬워 끝자락이라도 잡고 있던 우리에게고생 했다며 안아주듯 포근한 주황빛 새벽의 아주 선명한 쌍무지개였다.
아, 행복하다.
너무 행복 했던 몽고르, 그리고 너무 좋았던 몽갱팸, 고마웠고 함께해서 행운이었습니다,다들 행복만 하길. 그리고 이 여행이 삶의 작은 조각일 테지만, 언제든 꺼내보며 웃을 수 있길, 나는 그럴 테니까.
이제 자자. 3시간밖에 못 잔다.
그럼 이만, 굿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