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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스푼 Aug 13. 2024

하프마라톤 도전,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이 필요하다(상)

오래 멀리 달리기 위한 조건 : 함께 달리기

 2022년 7월 코로나라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집 밖의 외출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어색해졌다. 한마디로 의욕도 없었고 삶이 축축 처지는 것처럼 무기력했다. 마라톤 접수를 알리는 문자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환점이 될 것 같았고 아무 생각없이 일단 뛰고 싶었다. 달릴 때는 숨이 막히게 힘들지만 뛰고 나면 흐르는 땀만큼 해냈다는 성취감이 좋았다. 물론 출발선에 설 때면 ‘매번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환하게 웃으며 완주하는 모습을 몇 번이고 상상하니 가슴이 뛰었다.     


 당진마라톤을 99일 앞두고 10Km를 접수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나의 패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과 걱정으로 바뀌었다. 오후 4시 반, 손수건과 모자만 챙기고 집을 나왔다.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일단 뛰어야 했다. 너무도 뜨거운 여름 햇살은 아스팔트의 열기까지 더해져 사우나 체험이 따로 없었다. 스마트워치에서 1Km의 알람이 울리지 않아 몇 번이나 확인했다. 흐르는 땀과 함께 심장과 폐는 찢어지듯 숨이 찼다. 14분 정도 뛰고 1시간 동안 헉헉댔다. 마치 2Km가 20Km 같았다.    

  

 새벽에 밝아오는 일출을 보며 뛰었다.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아 힘이 났다. 달리는 동안 멋지게! 한번 해보자! 열심히 연습하면 조금씩 더 멀리 갈 수 있겠지.’ 나를 응원하며 나아갔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기 위해 달리기를 끝내고 운동 일지도 적었다. 성장하는 나의 모습에 기특하기도 했고 조급해 하는 마음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300m, 500m, 1Km 차곡 차곡 거리를 늘려 갔다. 10Km를 온전히 쉬지 않고 뛰었을 때는 가슴 벅차게 뿌듯했다.     


 기쁨도 잠시 코로나에 걸려 1주일 이상을 쉬어야 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호흡까지 엉망이 된 것 같았다. 조급함이라는 감정에도 휘둘렸다. 마음을 잡고 3Km부터 다시 시작했고 천천히 2~3Km를 늘려 뛰었다. 당진마라톤을 완주했지만 썩 마음에 드는 기록은 아니였다. 그 후 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는 연습을 남편과 함께했다. 혼자 뛸 때보다 둘이 함께 달리니 실력이 조금씩 늘었다.     


 “20킬로 정도의 장거리를 뛰어볼까?”

 “14킬로가 적당해. 아직 나에겐 무리야.”

 “오랫만에 LSD(천천히 오랫동안 달리는 것)훈련한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한번 뛰어보자.”

 남편은 자꾸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고 한다. 처음에 뛸 때 되뇌었던 말은 ‘나는 할 수 있다’를 수없이 외쳤다. 그렇게 2Km를 6분 8초, 6분 18초로 달려나갔다. 장거리를 생각해서 좀 더 속도를 줄였더니 3Km 지점에는 6분 34초가 나왔다. 처음에는 이거 너무 늦게 달리는 건 아닌가 싶었다. 남편이 이 정도 속도로 달리는 건 괜찮으니 한번 끝까지 달려보자고 했다. 처음 10~15초 당기려다 나중에 5분 10분이 늦어지니 초반에 힘을 비축해놨다가 막판까지 쭉 달려나가자고 말이다.


 참 오랫만에 달리는것 자체가 좋았다. 이렇게 힘들지 않을 강도로 뛴다면 진짜 20Km까지 뛸수 있을것 같다는 의욕도 생겼다. 항상 잘 나오지도 않은 기록에 연연하며 달리다보니 달리는것 자체가 죽노동처럼 힘들었다. 천천히 뛰더라도 멀리간다고 생각하니 6분 35초 정도의 속도가 너무 편하고 좋았다. 20~30초 천천히 달리는 기쁨이 문뜩 이거구나 싶었다. 물론 잘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뛰었다는 경험도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참 좋았다는 말밖에. 목표한 바를 즐겁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지며 달린다는 것, 오랫만이었다. 이렇게 봄 햇살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달린다는 자체 좋았다. 투덜대며 달리기 싫었는데 기록 걱정없이 그리고 잡념없이 달림에 감사했다. 그렇게 8Km 정도를 계속해서 달려 나갔고 제법 많이 왔음에 놀랐다. 뛰기 싫어지 시점이 딱 8Km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남편과 같이 뛰니 덜 힘들었고 의지도 되면서 더 멀리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는데 14Km 지점부터 약간 골반이 살짝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를 아무리 줄였어도 장거리는 오랫만이다보니 몸에 조금씩 무리가 오는 듯 했다. 나의 이런 힘듦을 노오란 유채꽃들이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길가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유채꽃들을 시간들여 돈들여 멀리 안가고 달리면서 볼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벚꽃이 지니 이제 유채꽃이 피어나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냈다. 다 저마다의 꽃피는 시기가 있듯이 사람도 저마다의 시간과 시기가 있는 듯하다. 지금 나는 빠르지는 않지만 즐겁게 달리는 이 시간이 좋다. 달리는 이 순간만큼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오롯한 내가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6분 40초 정도까지 조금 쳐졌지만 그래도 잘 유지해나갔다. 19Km 지점부터 배가 막 땡기며 살짝 아파왔다. 진짜 얼마 안남았는데 여기서 멈추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이제 허벅지에서도 많이 뛰었음을 알리는 신호들을 보다. 진짜 거의 다 왔어! 2Km 정도만 뛰면 진짜 꿈만 같았던 하프 거리를 뛴다고 생각하니 좀 더 힘을 내야했다. 문뜩 풀코스 42.195Km를 사람들은 어떻게 완주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앞섰다.     


 나는 하프 거리를 뛰어봤다는 걸로도 살짝 기뻤다. 21Km의 알람이 울리고 100미터 정도를 더 달렸을 때는 살짝 짜릿했다. 스마트워치를 끄고 멈출수 있다는 기쁨과 작은 성취감도 함께 들었다. 다 뛰고나니 훈장처럼 온몸에 뻐근함과 피로감도 몰려왔다. 아무리 천천히 뛴다해도 장거리는 힘들다는 걸 또 느끼지만 그래도 막연하기만 했던 거리를 뛰어봤음에 작은 희망이 생겼다. 꾸준히 달려나갈 작은 원동력, 동기 같은 것이 말이다. 최장거리를 뛰었다는 알람과 하프기록도 생겼다고 알람을 받으니 또 뭔가 작게나마 달성한 기분었다.


사진 :  UnsplashFitsum Adma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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