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딸아이는 거실 소파에 누워 꾸벅꾸벅 졸고 있는 토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토리는 금방이라도 깊이 잠들 것처럼 보이더니, 갑자기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그런가 하면 다시 자리를 잡고 몸을 둥글게 말아 또다시 잠에 빠졌다. 그러다 몇 분도 안 돼 다시 몸을 움직이며 깨는 토리를 보며 딸아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딸아이는 결국 질문을 던졌다.
“토리는 왜 자다가 깨고, 또 자고, 깨고를 반복해요? 제대로 못 자는 것 같아요. 피곤하지 않을까요?”
아빠는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다가 딸아이의 말을 듣고 웃으며 거실로 다가왔다.
“좋은 질문이네. 사실 강아지들은 우리랑 수면 방식이 조금 달라. 그래서 자다 깨는게 자연스러운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딸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근데 사람은 밤에 한 번에 쭉 자야 다음 날 안 피곤하잖아요. 강아지들은 그런게 필요 없어요?”
아빠는 소파에 앉아 토리를 가리키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보통 하루에 한 번, 7~8시간 동안 깊게 자야 몸이 회복되잖아. 근데 강아지는 우리처럼 길게 자는 대신, 하루 종일 짧게 여러 번 자는 방식으로 충분히 피로를 푸는 거야. 하루에 보통 12시간에서 14시간 정도 자는데, 활동량이 많은 강아지들은 16시간까지 잘 때도 있어.”
“16시간이요?” 딸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토리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자는 거예요?”
“그렇지,”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근데 토리가 짧게 자고 자꾸 깨는 건 이상한 게 아니야. 강아지들은 깊은 잠에 들어가는 시간이 짧고, 깨어 있는 시간이 자주 있어. 그건 야생에서 살던 본능 때문이야.”
딸아이는 흥미로워하며 아빠를 바라봤다.
“본능이요? 어떤 본능이요?”
“강아지들의 조상은 늑대잖아. 야생에서는 언제든 위험이 있을 수 있어서 한 번에 깊게 오래 자는 게 위험했어. 그래서 짧게 자다가 깨고, 주변을 살피고 다시 자는 습관이 생긴 거야.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 있는 거지. 심지어 아주 편안한 집에서도 말이야.”
딸아이는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토리가 깊게 잠들지 못해서 피곤하면 어떡하죠?”
아빠는 딸아이를 안심시키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토리는 충분히 잘 쉬고 있어. 강아지들은 짧게 자는 동안에도 깊은 잠, 그러니까 ‘렘 수면’이라고 부르는 회복 단계에 금방 들어갈 수 있어. 그래서 사람처럼 길게 자지 않아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어.”
“그렇구나~” 딸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토리는 지금 이렇게 자다가 깨는게 당연한 거네요?”
“맞아,”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낮에는 짧게 자다 깨더라도 밤에는 조금 더 오래 자는 경우가 많아. 산책을 하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에너지를 많이 쓰잖아? 그러면 밤에 더 오래 자게 돼.”
딸아이는 토리에게 다가가 손으로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토리가 낮에 계속 자다 깨는 건 괜찮은 거네요. 그래도 토리가 잘 쉬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간단해,” 아빠는 설명했다.
“토리가 먹는 것도 잘 먹고, 평소처럼 활발하게 놀고, 산책 나갈 때 신나게 뛰어다니면 잘 쉬고 있다는 뜻이야. 만약에 계속 피곤해 보이거나, 하루 종일 축 처져 있으면 그때는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확인해봐야해.”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앞으로 토리가 자고 있을 땐 방해하지 말아야겠어요. 그리고 더 많이 놀아줘야겠어요!”
토리는 딸아이의 손길에 편안한 듯 몸을 더 동그랗게 말고 다시 잠에 빠졌다. 딸아이는 그런 토리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그런 딸아이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네가 이렇게 토리를 걱정하고 사랑해주니까, 토리는 아주 행복한 강아지야.”
딸아이는 아빠의 말을 듣고 토리에게 속삭였다.
“토리야, 많이 자도 돼. 네가 편히 잘 수 있게 항상 지켜줄게.”
토리는 딸아이의 말이 들렸는지, 작게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묻고 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