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턴생활, 100만원, 금융투자분석사

by Aroana

3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처음으로 '인턴'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GTEP(무역 관련 대외활동)을 수료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증명서를 낼 목적에서였다. 사실 처음에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돈이 되지 않아서였는데 두 달 동안 내가 받는 급여라고는 고작 100만원이 전부였다. 허위로 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도저히 꼼수를 부려볼만한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알바를 해서 목돈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증명서에 그럴싸한 한 줄을 넣기 위해서는 '인턴'이란 말이 필요했꼬 그걸 채워 넣어야지만 GTEP 활동 경력을 인정 받을 수 있었다. 9시에 출근해 5시 퇴근, 최저 시급으로도 계산되지 않는 50만원의 급여, 그리고 개인 사비로 해결하는 점심은 인턴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울 좋은 용어로 포장된 노예 활동인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턴을 혼자서 하지는 않았다. 팀원 중에는 나처럼 '가라서류'를 만들어 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구제를 받아야 하는 친구가 한 명 더 있었던 것이다. 그녀와 나는 서로를 측은해하며 GTEP과 연계된 중소기업에서 사실상의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증명서 상에 게재될 'SNS 마케팅 관리', '원산지 관리', '다수의 시장조사 보고서 작성', '바이어 발굴' 등의 실체는 사실 회사 놀이나 다를 바 없었따. 방문자 수를 높이기 위해 매일 같이 그 날 최신 기삿거리를 회사 블로그에 퍼 나르기 바빴고 내용은 업종과는 전혀 무관했다. 나라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 덕분에 사장님은 우리들에게 딱히 무언가를 기대하진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그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랐을 지도... 그러나 영악했떤 우리는 어쩌다 가끔씩 출근하시는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노가리 타임으로 보냈다. 오전에는 뉴스 기사를 보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바이어를 발굴한답시며 알리바바를 기웃거리다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인턴 막바지에 돼서야 그럴싸한 기록이 필요해 급하게 시장조사보거사를 작성, 원산지와 관련해 사장님의 고충을 일부 도운 것으로 활동은 마무리 되었다.


사실 나에게는 이 기간에 인턴보다 훨씬 더 중요한 활동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금융투자분석사' 공부였다. 국내에서 애널리스트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이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준비하게 된 시험이었다. 분량은 금융 3종을 공부한 입장에서는 조금 더 세분화되는 것일 뿐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진 않았다. 재무가 추가되기는 하지만 이미 회계를 공부해본 경험(재경관리사 자격증 취득)에서 해당 내용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다. 나는 오히려 조금 더 폭넓게 금융·재무 지식을 다뤄볼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삼았다.


부담과는 별개로 자격증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오로지 혼자 마련해야 했다. 큰 돈은(19만원 정도?) 아니었지만 나 역시 큰 돈을 번 적이 없으니 비상금을 털어 어렵사리 인강비를 결제했다. 1학기 내내 자격증으로만 씨름하고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했는데 또 다시 내 유흥비는 시험비로 대체되었다. 그렇게 한 달 반,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민 채 앞으로 정진했다.


결과는 65점 탈락. 70점 합격에 다소 아쉬운 성적표 였으나 그렇게 슬퍼하거나 우울해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목표로 했던 시험도 아니었고 나는 이것이 미래 준비하게 될 CFA 시험에서 누적될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배우는 게 즐거웠고 까먹었던 회계지식이 되살아 난 것을 긍정적으로 여겼다.


PS. 아니다.. 사실 시험 떨어지고 꽤 현타가 오긴 했다. 가족 문제로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지독히도 인생이 안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이 버텨가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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