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3종을 치른 것은 여러 모로 나에게 귀중한 자산으로 다가왔다. 먼저 머릿속에 금융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을 방대하게 학습했던 것이 큰 장점이다. 이를 토대로 이제는 관심있는 금융·경제 교양서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었고 용어에 대한 부담감도 많은 부분에서 해소되었다. 또 하나는 내가 진로를 결정짓는데도 큰 공헌을 해주었다. 금융 공부를 해보면서 가야할 길, 내가 어느 분야에서 꿈을 펼치고 싶은지가 조금씩 선명하게 느껴졌다. 금융과 재무를 결합한 무언가의 일, 내 직무가 기업의 재무와 금융을 통합해 다루는 일이라면 워라벨을 포기하는 것 정도는 기꺼이 감내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곧 이러한 직업을 찾게 되었으니, 바로 내 첫사랑과도 같았던 Dream Job. '애널리스트'였다.
이 직업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도서관에서 '애널리스트,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라는 책을 발견한 덕분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 저자의 직업은 애널리스트였는데 책의 전반은 문자 그대로 애널리스트의 직무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인 어조로 쓰인 것이 특징이었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알기 전까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진로란 기껏해야 은행권, 또는 기업의 재무·회계 분야였다. 그러나 둘 모두는 정작 내 관심 밖의 직무였다. 그 자체로 가슴 설레는 일이 해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은행권 또는 경영지원 파트는 영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왠지 연구원 쪽이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것은 이내 가슴에 묻었다. 석·박사에 준하는 오랜 시간의 공부 경력을 요구하였고 애초에 입사 자체가 학벌을 중시한다기에 나 같은 지방대학 출신이 들어갈 관문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꿈을 크게 가지려는 패기는 좋았지만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연구원을 꿈꾸느니 차라리 대기업 입사가 내 Dream job에 어울리는 현실적인 욕심이었다.
이런 고민을 하던 것을 말끔하게 해소해준 직업이 애널리스트였다. 책에서 표현한 애널리스트의 업무는 내가 상상하던 직무와 정확히 일치하였다. 여기에 자격증이나 또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확실함이 있다면 대학 간판만으로 합격의 여부가 결정되지만은 않는, 다시 말해 바램된 공정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애널리스트, 이게 바로 내가 그토록 원했던 직업이다!"
저자 배경이 서울대 출신인 것이 찝찝하긴 했으나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비 상경계열 출신(또는 비학벌)도 애널리스트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어차피 이 직군은 자리가 보장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2년 마다 재계약을 한다고 했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 받는다고 했다. 기업에게 올바른 가치평가를 부여하고 투자자들을 위한 신뢰 높은 리서치를 제공하는 업무가 나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이 직무에 발을 내딛기로 마음 먹었다.
책에서는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큰 도움이 되는 자격증 하나를 추천해 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CFA(국제재무분석사) 였다. 저자는 운이 좋게 아무것도 모른 채(비록 서울대 경영학과지만..) 애널리스트라는 세계에 발을 담갔지만 이후에는 CFA를 취득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업의 직무를 이해해 나갔다고 했다. 해당 시험을 회사에 다니는 동안 준비했다고 하니 학생인 나로서는 한 번 해볼만 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 시험의 좋은 점은 한 번 해당 레벨에서 합격하면 이후의 재 시험은 계속 유예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1차를 붙고 2차에서 떨어질 때 한 번의 유예만 주어지는 다른 전문 자격시험과는 다른 제도였다. 나는 계속 시험을 쳐보겠다는 다진 각오와 함께 내 자격증의 최종 테크트리를 CFA로 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