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분석사 자격증 실패로 얼룩진 여름방학을 마치고 새 학기가 시작될 즈음이었다. 그냥 좌절만 하고 있기에는 여전히 숨 가쁜 고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바는 어떻게 할 것이며 다음 시험인 투자자산 운용사 시험은 어떻게 준비할지, 내년에 치를 예정인 CFA 시험 비용 마련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이번 학기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알바의 첫 시작은 감사하게도 든든한 구세주였던 학교 도우미가 먼저 선정되었다. 자주 지각했음에도 여사님께서 좋게 봐주신 덕분에 또 한 번 재계약이 이뤄졌다. 이로써 25만원의 급여가 확보되었다. 주차 관리 알바는 지원을 했지만 아쉽게 불발 되었다. 선착순이었지만 기존 알바생을 고용할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늦게 지원하는 바람에 뽑히지 못했다(그러나 사실 그것은 핑계고 그냥 내가 소장님으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막막한 마음에 알바 사이트만 전전 거리던 중 이번에도 교내 게시판에서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신관 기숙사에서 식권을 발급해주는 알바생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1시 30분까지였고 최저시급에 점심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나는 얼른 연락해 면접을 잡고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그러나 영양사님은 이런 알바생을 많이 보았던지 일단 수강신청부터 완료하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여기에 기존 알바생으로부터 연락이 없을 경우 뽑아주겠다는 사실상의 조건부 합격으로 내 처지를 애매하게 만들어버렸다.
"겨우 이걸 하기 위해서 수강신청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아.. 이거 난감하네.."
뽑힐지 말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시간을 비워 놓는 게 여간 찜찜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일단 시간표를 짜는 것에 공을 들였다. 수강신청 당일 날, 요리 조리 과목들을 피해가며 운 좋게 들어야 할 전공과 교양을 채워 시간표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영양사님으로부터 가능하냐는 제안에 수락을 하고는 보기 좋게 두 번째 알바도 가지게 되었다. 이 때는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내가 살고 있는 기숙사가 구관이었는데 마침 신관이 아닌 구관 자리가 비었던 것이다. 금상첨화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보다.
두 개의 알바로 겨우 생활비는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은 충족되었다. 물론 추가 알바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현실 가능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투자자산 운용사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것과 CFA 시험 준비 비용 마련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쯤에서 공부에 좀 더 집중하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 그런데 이 때 벼락 같은 사건이 터져 버렸다. 아버지가 그 동안 내주셨던 치과 교정비 지원을 단숨에 못내겠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이제 나는 앞으로 5개월 간 매달 40만 원이라는 교정비를 추가로 납부해야 할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눈물을 머금고 하는 수 없이 방법을 찾아보던 중 정말로 운이 좋게도 학교의 편의점에서 2시간 짜리 알바생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것도 시간이 저녁 6시 30분부터 8시 30분. 내가 가장 원하는 시간대이자 근무조건 이었다.
이로써 매달 73만원이라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되었다. 방학 때 인턴으로 인해 들어온 100만원의 봉사료(?)가 비상금이라면 이번 학기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진 채 공부가 가능할 것 같았다. 비록 갑자기 추가된 40만 원 때문에 실질 생활비는 훨씬 더 쪼그라 들었지만 어차피 놀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을 것 같았다. 늘 이런 상황만 맞닥 뜨려야 되는 게 서글프기도 하지만 기필코 자격증으로 갚아주기로 다짐했다. 투자자산 운용사, 이번 만큼은 내 반드시 합격을 손에 쥐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