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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Su)에게

by Aroana
수(su)에게.jpg



수(Su)에게


쉬는 날

컴퓨터를 켜놓고는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어

눈꺼풀은 풀이 죽어서인지

아무런 시상도 떠오르지 않고

그렇게 날은 점점 어두워갔지


얕은 잠을 시간으로 채워

겨우 체력을 회복하고는

또 다시 똑같은 일상을 마주해

얕은 일을 몸뚱이로 때워

애써 생계를 마련하고는

반복되는 삶엔 침묵으로 일관하지


하고 싶은 것이 판타지를 품는 일이었다면

해야 하는 것엔 환상에 맞서는 일이었어

무한한 자유가 주어졌기에

유한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우리(Us)에게 불안이 탄생한 비극이지


쉬는 날

방안에 들어오게 되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곤 해

재생 목록엔

위로의 선율만 한가득

그렇게 나는 점점 눈을 감아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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