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아카이브를 주제로 방송학 석사 논문을 제출한 내게 도서관이 그리 낯선 공간만은 아니다. 짧게 공부했던 도서관학이 그리 매력적인 학문은 아니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30대 중반의 경력단절녀에게 학교 도서관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시작은 그렇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사고는 출산 후 방송을 다시 할 수 없게 했고, 조언해 줄 누구도 없이 좌충우돌하며 씩씩하게 아이를 키웠다. 6살 되던 해, 뜻밖의 제안을 받았고 개교한 지 오래되지 않은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로 일을 시작하며 6년간의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마감했다.
여전히 디지털 정보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책과 다른 자료들의 보존과 관리는 중요한 역할로 사서의 직업적 전망은 비교적 밝게 평가된다.
우선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의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문헌정보학이나 도서관학을 공부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 운영하는 사서 교육원을 통해 1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사서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다.
자격을 갖추었다고 하여 누구나 사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취업 시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학교장 면접에서 학교 도서관과는 거리가 먼 나의 이력서가 눈길을 끈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사서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인싸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 기획, 이용자 응대, 독서동아리 운영 등이 업무에 포함되므로,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이다. 그런 면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나에게 학생으로 국한된 학교 도서관 이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업무역량에 있어 플러스 알파인 셈이다.
사서에게는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하다. 프로그램 기획이나 수서 업무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지식은 큰 도움이 된다. 한편,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면 그 또한 분야에 대한 연구와 도서관 이용자에게 더 깊은 지식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공적합성'을 드러내는 전략적 독서를 이끄는 사서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글쓰기 능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서평 작성이나 다양한 독서 행사 자료를 준비하는 업무에서 글쓰기 능력은 사서의 필살기가 된다. 사서가 읽기 좋고 흥미로운 글을 작성할 수 있다면, 도서관의 활동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서가 되고자 한다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책과 자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대회나 행사에 참여하여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 또한, 관련 분야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여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도서관 첫 출근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빳빳하게 털어낸 셔츠에 제법 단정해 보이는 코트를 갖춰 입고 추운 날씨 때문이었는지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땀이 나는 손바닥을 연신 비벼댔던 기억이 난다.
학교라는 생소한 공간에서 크고 작은 실수도 하며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꽤나 많이 성장했지만, 고백하자면 여전히 한 번씩 꺾이고 만다. 다만 그럼에도 '그냥 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은 나는 오늘도 도서관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