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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소소 Sep 07. 2024

아주 작고, 말랑한 난로

겨울아기는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 솔직해져 보자. 정말 그렇게 힘들고 무섭기만 했던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의 작은 물건들이 가지런히 정돈된 그 방에 아이를 안고 들어가던 순간.

뱃속에 있던 그 아이가 바로 이 아이란 말인가 싶던 감격의 순간 이후 잠시간의 난항이 있었을 것이다.

그또한 지나보냈다. 아직 이시라면.. 지나갑니다. 그리고 엄마력 +1이라는 뿌듯함을 안을수 있어요.


다시한번 돌아와서, 솔직히, 정말 미치도록 귀엽고 사랑스럽다.

손목이 바스라질 위기에도 아이를 안고 트름을 시키다가 잠든 순간에 메모장을 켰다.


그 무렵 정신 없는 와중에도 분명 지나고 나면 그리울까봐, 순간에 집중해야지 몰입해야지 하면서도 틈틈히 기록해둔 메모들이 이곳에 옮겨 적기에만 한 바닥이다. 하지만, 너무 많고, 식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한번 떠올려 보자.


내가 써둔 순간들은 이렇다.





내 어깨에 네 볼을 늘어뜨리고, 입은 반쯤 연채로 눈도 다 못감고 잠들어 가는 너를 사랑해


안아올리면 포옥-하고 새털처럼 가벼운 네 몸무개를 모두 내게 의지하는 순간을 사랑해


젖을 물고서도 옹알거리는 너의 바쁜 옹아리를 사랑해


수유패드위에 자리를 잡으면 내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발을 바둥대며 오물거리는 네 입을 사랑해


수유하는 동안 보드라운 네 머리를 쓰다듬는 순간을 사랑해


너의 손동작에 네 얼굴이 다칠까 손을 잡으면 나보다 더 나를 꼭 잡아주는 야들야들한 너의 손가락을 사랑해


작은 세수다라 하나에 온 몸이 다 잠기는 너의 목욕 시간을 사랑해


웃었다 울었다를 정신없이 해대는 너의 배냇짓을 사랑해


울고 싶을때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포물선을 그리는 너의 작은 입을 사랑해


아기 침대에서 혼자 누워 '에우~' 하고 내는 작은 네 목소리를 사랑해


입을 오므렸다 펼때 '뽀복' 하고 나는 네 입술의 작은 파열음을 사랑해


햇살 가득한 낮잠시간, 너의 눈이 감겼다 떠지는 시간이 느려지는 순간을 사랑해


내가 안을땐 볼수없는, 아빠품에 안겨있는 너의 동그란 등을 사랑해


잠이들어 축 쳐진 몸을 온전히 의지한 내 어께에서 돌돌 굴러다니는 너의 힘없는 목을 사랑해


스스로 젖빠는 소리에 흠친 놀라는 네 어깨를 사랑해


재채기를 하려다 실패하여 '아~!' 하고 한숨소리를 내는 너의 귀여움을 사랑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래서 아무런 뜻이 없는 너의 순진한 눈동자를 많이 사랑해


새벽에 깨어나 울지도않고 조그만 주먹을 입 한 가득 먹고있는 너의 침 범벅을 사랑해


손목이 시큰해도 조금이라도 더 껴안고 싶은 작고, 말랑한 난로 같은 너를 너무너무 사랑해


온 세상이 나로 가득차 잇는 너의 눈동자를 사랑해


같은 이불을 얇게 덮고 자다깨서 수유하는, 우리 둘만 아는 그 시간을 말할수없이 사랑해


요거트 냄새가 나는 너의 똥 기저귀를 사랑해


나의 자장가에 화답하는 너의 긴호흡의 옹알이를 사랑해


함께 거울을 보고있노라면 너보다 나를 보며 웃음짓는 너와 나의 경계없는 네 세상을 사랑해


바지를 입힐수 없을 만큼 빠르게 파닥이는 너의 두다리의 힘찬 움직임을 사랑해


그대로 어디론가 날아버릴것만 같은 파닥거림을 사랑해


말랑말랑 네 볼에 내 코가 파묻히게 입맞추는 엄마의 과격한 뽀뽀타임을 사랑해


낑낑대도 괜찮아. 엄마아빠의 침실 한켠에서 자그마한 몸이 자라나고 있음을.. 너의 잠든 시간을 사랑해


등을 토닥이면 목을 빳빳이 세우고 세상 구경을 이리저리하다 엄마등도 함께 토닥이는 너의 기특함을 사랑해


조금더 무거워진 무게만큼 길어진 팔다리와 힘이붙은 손으로 가끔 나의 목을 감싸 안아주면 마음이 뭉클해져

소중한 우리아가. 네가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잊지 않기를 엄마가 매일 기도할게

네 몸이 언제나 편안하기를.. 네 마음은 언제나 평안하기를..


하루하루 커가는 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해





자신을 잃은날 찾아 읽기



눈을 맞추고, 소리를 내고, 목을 가누고, 발버둥을 치고, 그런 작디 작은 순간들이다.

그런 작고 하찮은 모든 순간에 말할수없는 감동을 받고 잊고싶지 않아 기록하는 엄마가 나뿐이겠는가.


그런 순간들을 겪고난 우리의 엄마들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모두 귀하다. 어른이되어 조금 덜 귀여워 졌겟지만 우리는 모두 귀하디 귀한 아이들이었다.

내가 내 아이가 끝끝내 잊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의 내용은 이세상 누구보다 소중하고 값진 존재가 바로 너라는 내용일진데, 우리의 엄마들 역시 그러지 않았을까.


자신이 사라진 엄마들을 보았는가. 엄마들은 자신이 넘친다. 엄마들은 나약하지 않다. 세월이 그들을 단련 시켰을 지라도 나약한 오늘의 우리들은 안심해보자. 이토록 사랑하고 아꼈던 우리였다. 

내 아이에게 느끼는 경외감을 나로 돌려 떠올려 보자. 물론 조금 달랐을 수도있겠지만,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하니까.


얇은 내복을 입힌 아이를 안아보면 느낀다.


계속 안고 싶다고.


말랑하고 보드라운 살결이 얇은 내복을 지나서 따뜻하게 느껴지면, 그 조그만 난로같은 것을 안아들고 우리는 또 생각하겠지.


꼭 지켜 주겠다고.


우리는 점점 튼튼해진다. 몸도 마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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