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이
10
아틸리오는 앙코나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해 자신들이 한발 늦었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다. 자신들이 앙코나를 수사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런 범죄의 조짐이 없던 곳이 단 하루 만에 불바다가 돼버린 것이었다. 그곳은 더는 예전의 평화로운 앙코나가 아니었다. 어떤 바보 하나가 다행히 바주카포를 쏴버리는 바람에 일이 조금은 수월해지긴 했지만, 마피아들은 확실히 자신들보다 한 발 앞서있었다. 아무래도 그들도 모르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마피아들과 내통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물론 그때의 사건으로 인해 체포한 마피아단원들이 더러 있었지만 그건 전체 마피아의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숫자였다. 오히려 이번 일을 개기로 마피아들이 경찰을 더욱 가볍게 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놈들이랑 붙어먹은 놈들이 있는 거 같아. 우리 무리 속에."
아틸리오는 평소보다 더욱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쓰며 경찰들을 노려봤다.
"누군진 모르지만, 우리 쪽에서 흘린 게 틀림없어."
그런 그에게 카이오가 다가갔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경찰 쪽 움직임이 너무 요란해서 저쪽에서 먼저 눈치챈 것이지 않을까요?"
물론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못마땅한지 카이오를 쏘아보았다.
"네 말이 맞을 수도 있다만 난 영... 찜찜하단 말이야."
아틸리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카이오에 대한 예우는 어디로 가버리고 그를 이젠 자신의 수족처럼 부려먹고 있었다. 그는 성격상 조금 익숙해지면 당사자를 자신의 수하에 둬서 부리려는 욕망이 가득했기에 카이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이제 그의 손발일 뿐이었고 이처럼 그가 설령 가능성 있는 의견을 내놓다 하더라도 마음에 안 든다면 내처 버리면 그만이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찰이 얕잡아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고 그가 그러는 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탈리아의 일부 지역에선 마피아들이 경찰의 가족들을 상대로 거래를 벌이는 일이 많았다. 말이 거래지 알고 보면 가족을 인질 삼아 반강요하는 일종의 협박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경험상 뼈저리게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자신도 모르게 구겨버렸다.
"난 붙잡힌 놈들 얼굴 좀 봐야겠어."
그때였다. 갑자기 컴퓨터에 작은 불빛이 깜박대더니 안쪽에서 알람소리가 짧게 울려 퍼졌다.
"뭐지?"
아틸리오는 걸음을 멈추고선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알 수 없는 주소에서 메일이 한통 도착해 있었다.
'실종자 살해범 벤자민 모나도의 위치.'
짧은 글과 함께 웬 주소가 링크돼 있었는데 어쩐지 수상해 보이는 링크였다. 아틸리오 역시 무언가 찜찜해서 그 링크를 누르는 것을 잠시동안 고민했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못 먹어도 간다.'
그는 마우스를 짓이기듯 링크를 향해 버튼을 눌렀다. 순간 화면이 깜빡거리더니 특정프로그램이 컴퓨터 안으로 깔리기 시작했다.
'이런! 바이러스인가?'
그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컴퓨터 전원을 뽑아버리려고 했는데 그 순간 카이오가 그를 멈춰 세우며 외쳤다.
"잠시만요! 여기!"
잠시 멈춰 바탕화면을 살펴보니 전에 없던 아이콘이 하나 생겨나 있었고 그 모양이 흡사 레이더의 어떠한 표시와 사뭇 비슷했다.
'이거 혹시...'
아틸리오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지기보단 차라리 모험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아이콘을 더블클릭해 열었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면서 어떠한 지도와 함께 붉은 점 하나가 화면에 표시되었다.
"이게 뭐지?"
아틸리오가 묻자 화면을 자세히 보던 카이오가 대답했다.
"이거 누군가의 위치 같은데요? 조금씩 움직이잖아요."
아틸리오는 화면을 다시 한번 자세히 바라봤다. 움직이는 속도가 제법 빠른 거로 봐선 도보로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자동차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군. 이건 누군가의 위치인데 이자가 범인인가? 벤자민 모나도?"
"그건 확실히 알 수 없죠."
"그래. 하지만 장난이라고 하기엔 이거 뭔가 정교하지? 조사해 볼 필요는 있겠어."
아틸리오는 확신할 순 없었지만, 지금으로선 방금 들어온 이 제보가 약간의 희망이 되길 바랐다. 그는 마음을 굳히고선 빨간 점을 직접 추적해 보기 마음먹었다.
그가 겉옷을 챙기자 어느새 카이오가 컴퓨터에 있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자신의 핸드폰으로 옮겼다.
"따라와! 또 졸린 건 아니지?"
카이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프로그램이 핸드폰으로 잘 옮겨졌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아이콘을 클릭하고선 핸드폰액정의 그 붉은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핸드폰에 표시된 지역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키웠다. 차는 남쪽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는데 지금으로선 어디로 가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남쪽으로 내려오는 거로 봐서 빠르게 접근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틸리오는 카이오를 데리고 자신의 차로 다가갔다. 차문이 열리자 앉기가 무섭게 그는 냅다 열쇠를 차에 꽂고선 시동을 걸었다.
"지금부턴 멀미 좀 날거야."
그는 자신의 애마 아우디 A6의 애마라는 관념을 잠시 잊고선 액셀러레이터를 있는 힘껏 밟았다. 카이오는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두고 온 멀미방지 스티커를 후회하며 안전벨트를 졸라 맺다.
"이놈도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군."
용의자의 차는 어느덧 카시아 지역을 지나치고 있었다.
"이놈이 어딜 그리 급히 가는 것 같나 카이오."
"급하게 가는 걸 보면 무언가 급해 보이는데요."
"뭔 소리야?"
"검사님께 제일 급한 일, 중요한 일은 뭐죠?"
"글쎄... 가족?"
그 말을 내뱉고 나니 문득 그의 머릿속에 그의 아내가 스쳐 지났다.
"하긴 가족만큼 급한 것도 없지. 나도 아내가 출산이 임박했을 때 어찌나..."
말을 잇던 아틸리오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카이오를 바라봤다.
"카이오 급하다면 저놈은 최대한 직진으로 올 거야 그치?"
"물론이죠."
"그렇다면 저놈이 내려온 경로를 직선으로 그어봐. 그다음 그 지역 주변에 위치한 병원이 몇 개나 되는지 한번 알아봐."
카이오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지도를 열어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경로에 있는 병원들을 훑어보았다.
"지나친 지역을 제외하고 병원은 대략 일곱 곳입니다. 리에티에 하나, 로마에 여섯."
"그래? 지금 니가 전화해서 알아본 그 병원들에 내 이름 대고 인원 좀 배치하라 그래."
"알겠습니다."
카이오는 자신들의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그가 지시한 사항을 전달했다. 지시를 받은 수사팀은 전화가 끊기자 곧이어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차를 몰고 로마에 있는 병원들을 향해 각각 출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아델의 귀에도 들어갔는데 이러한 점을 볼 때 그녀는 경찰 내부에도 그녀의 소식통이 심어져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는 곧 레드에게도 전달되었다. 레드는 그러한 경찰의 움직임이 다소 의아하다고 생각됐지만 그녀가 주는 정보는 늘 언제나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에 그는 자신 역시 그쪽으로 가보겠다고 그녀에게 대답하고선 로마행 열차표를 끊기 위해 역으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