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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옹 Apr 24. 2024

욕심내지 않고 자유롭고 즐겁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쓴 지 어느덧 반년이다. 그동안 50여 편의 글을 올렸다. 쓴 글들을 훑어보니 글을 쓰기로 결심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은퇴를 앞두고 나는 돈벌이만을 위하거나 이름을 추구하는 일을 더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인생 무대의 마지막 3막에서는 의무로 하는 일에서 벗어나 조금은 즐겁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다. 과거의 화려(?)했던 이력을 내세우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인으로 살자고 마음먹었다.

      

은퇴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자 나는 미루어 왔던 글쓰기 도전에 나섰다. 좋아하는 글쓰기가 남은 내 삶에 더 많은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안겨 줄 거라 기대해서다. 더해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이유 하나가 있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

      

은퇴해서는 명예에 더는 얽매이지 않으리라 결심했는데, 막상 은퇴 길에 들어와서 보니 쉽지는 않았다. 시쳇말로 가방끈이 길어 미련이 남아선지, 아니면 직업전선에서 이름을 걸어놓고 오래 일한 관성 탓인지, 그도 아니면 원래부터 명예욕이 많아선지 이름을 못 남기고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내 이름으로 내는 책 한 권 정도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소박한 마음일 뿐, 허명(虛名)을 탐하는 건 아닐 거라 합리화했다.

      

의욕이 앞서 은퇴 후 단상(斷想)에 관한 산문집을 내겠다고 책의 주제까지 미리 정했다. 하지만 자가 출판이든 뭐든 책을 내려면 글이 있어야 했다. 무작정 써보려 했으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결국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시작했다. 매주 1편 정도를 꾸준히 썼더니 석 달 만에 10편을 넘겼다.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글쓰기 공간을 찾다 지인의 권유로 <브런치스토리>와도 연을 맺게 되었다.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고 나니 기뻤고 뿌듯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쓴 글이 늘어날수록 ‘좋아요(like it)’ 수나 구독자 수에 대한 미련이 커져만 갔기 때문이다. ‘좋아요’와 구독자 수가 신경 쓰여 ‘좋아요’를 받으면 ‘좋아요’로 답해야 하는지, ‘구독’을 받으면 ‘구독’으로 답해야 하는지도 망설여졌다. 갈수록 쓰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인기에 연연해하는 나를 발견했다. 브런치 활동이 점차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의무감으로 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자유로움은 줄어들고 브런치에 얽매여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잦아졌다. 


ⓒ 정승주 

           

그렇게 두어 달이 흘러갔다. 계속되는 불편함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마음이 문제였고, 스스로 짓는 역할과 관계가 문제였다. 나는 쓰는 즐거움과 쓰고 나서 오는 자유로움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도 남는 문제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자고 정했다. 

     

이후로 나는 ‘좋아요’ 수나 구독자 수에 연연하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접하면 마음이 가리키는 대로 ‘좋아요’를 누르거나 ‘구독’을 한다. 소중한 댓글을 주는 독자께는 여전히 직접 답하지 못하지만, 대신 독자분이 쓴 공감되는 글들을 찾아 읽고 ‘좋아요’나 ‘구독’하기를 통한 나름의 방식으로 소통하며 답한다. 이제는 좋아하는 글쓰기를 자유롭고 즐겁게 하자고 다짐하던 첫 마음을 제법 찾은 느낌이다. 


갈등과 변화를 겪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 바뀌었다. 은퇴 생활에 대한 글들로 첫 브런치북을 엮었지만 출판하고 싶은 욕구는 뚜렷이 줄었다. 브런치에서의 글쓰기가 나를 보다 성숙하게 만든 셈이다. 그런 태도로 쓰다 보니 얼마 전 낸 두 번째 브런치북은 과정이 기쁨이었고 즐거움이었다. 이대로 이름 없이 세상에서 잊히고 사라져도 괜찮을 성싶어졌다. 글쓰기는 내게 매 순간의 삶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

  

이제 나는 쓰고 싶을 때 쓴다. 누군가 글을 쓸 때 자유로워진다고 했던가. 지금 내가 그렇다. 허명(虛名) 의식마저 줄어드니 자유로움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글쓰기를 선택한 것이 내게는 이래저래 행운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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