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게 어두워 더욱 검던 밤
낮 햇살에 눈에 들지 못해
얼어붙은 길을 달린다
전화 건너편 들리는 아내의 얼굴에
정지된 머리에 이어
고장 난 표정
다행히도 일사불란했던
손과 발 덕택에
겨우 뛰쳐나온 사무실이었다
십 개월을 약속했던 기다림
약속을 잘 지키는 아기라는 의사의 말
그래서 했던 보름치 방심에
운전대를 잡은 내 손은 떤다
마음은 달리는 길을
네 바퀴로 기어가는 현실
가슴 졸였던 현실 끝에
닫힌 유리문을 부수듯 열자
아기는 아직 아빠를 기다렸다 한다
전화 건너편으로 들렸던 아내의 얼굴이
붉게 언 얼굴 위 눈동자에 담기자
찾아온 순간의 안도
그리고 미안함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작된 떨림 끝에
보름만큼 급한 성격의
아기를 만났다
창문 밖
옷을 여미고 걷는
행인들의 모습이 번질 때
소매로 눈을 훔치며
인생에서 가장 겁나고 따뜻했던
한파를 기억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