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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지 Dec 26. 2023

한파

자작시

흐리게 어두워 더욱 검던 밤

낮 햇살에 눈에 들지 못해

얼어붙은 길을 달린다


전화 건너편 들리는 아내의 얼굴에

정지된 머리에 이어

고장 난 표정


다행히도 일사불란했던

손과 발 덕택에  

겨우 뛰쳐나온 사무실이었다


십 개월을 약속했던 기다림

약속을 잘 지키는 아기라는 의사의 말  

그래서 했던 보름치 방심에

운전대를 잡은 내 손은 떤다


마음은 달리는 길을

네 바퀴로 기어가는 현실


가슴 졸였던 현실 끝에

닫힌 유리문을 부수듯 열자

아기는 아직 아빠를 기다렸다 한다


전화 건너편으로 들렸던 아내의 얼굴이

붉게 언 얼굴 위 눈동자에 담기자

찾아온 순간의 안도

그리고 미안함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작된 떨림 끝에

보름만큼 급한 성격의

아기를 만났다


창문 밖

옷을 여미고 걷는

행인들의 모습이 번질 때


소매로 눈을 훔치며

인생에서 가장 겁나고 따뜻했던

한파를 기억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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