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을 걷다
책가방 메고 뛰듯 걷던 길을
아이 손을 잡고 재촉하듯 걷는다
벌건 눈으로 노려보는
신호등에 막혀 마음 졸이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 모습에 안심한다
나는 학교 갔던 길을 걷는다
직장 가는 길을 걷다
피곤이 왼발 잡고
상사 얼굴이 오른발 잡지만
빈 통장으로 털어버리고
사무실로 골인한다
한 발짝씩 조심스레 걷던
시곗바늘이 6시에 도착하면
세상 가뿐한 걸음으로
나는 회사 갔던 길을 걷는다
장례식장 가는 길을 걷다
이미 떠난 사람
보내기 싫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보내는 길 차라리
잃어버리면 하는 마음에
눈물로 가리지만
눈물은 투명하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
나는 장례식장 갔던 길을 걷는다
삶을 걷는다.
보살핌 받던 길을
혼자 걸었고
혼자 걷던 길을
함께 걸었다.
기쁨, 미안함, 슬픔을 지나
멈추지 못하고 걸으면
그 끝에 혼자 남는 나를 발견한다.
드디어 걸음을 멈춘다.
드디어 삶을 멈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