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외에서
찾아온 생명체와의 조우가
이런 기분일까
현실에서 나는
과거의 비현실과
노트북 화면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갈피를 못 잡는 내 표정을 보고
오른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어깨를 으쓱하던 녀석은
끝없는 데이터가 출렁이는 바다를
손짓 몇 번에 항해하고
나는 원했으나
몰랐던 신대륙에서 서서
손을 흔든다
인간의 손으로 빚어낸 지성은
생각하고 서술하는 것을 넘어
비유와 상징을 넘나들더라
그 모습을 보는 나는
놀람움과 두려움
편리함과 걱정 사이
그 어딘가를 헤매며
곁눈질을 한다
독이든 성배인가
수메르의 바퀴인가
다르게 존재하나
공유하는 현실이 있기에
곁눈질 끝에 조심스레 가까이
발걸음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