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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현 Jan 27. 2024

미래주의

시간을 그려내다

미래주의

는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20세기초,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발전한 미술사조입니다.


미래주의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을 표현해내기 위해서 화폭에 고정되고 정적인 요소를 버림으로써 탄생했습니다. 미래주의자들은 속도, 역동성, 신기술 및 기계 등이 가져올 밝은 미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산업화가 세상을 영원히 바꾸어 버렸고 이전에는 없던 물질적으로 윤택한 세상을 만들었으니까요.[1][2]


미래주의자들은 산업화의 산물을 높이 평가했고 산업화 되어가는 도시, 기차 등의 산업혁명의 상징들을 예술로 옮겨왔는에요, 특히 영상[3]의 등장은 엄청난 자극이 되었습니다. 미래주의자들은 어떻게 미술에 움직으는 모양새를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지요.


움베르토 보치오니 <공간에서 연속성의 독특한 형태> 1914

보치오니의 해당 조형물은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구조를 통해 달려나가는 사람을 떠오르게 합니다. 시간을 테마로 두어 한 공간 속에서 대상이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지요. 현재는 순식간에 과거가 되어버리고, 미래는 어느틈에 현재가 되거나 가까워지고 있지요.


그런 세상의 법칙을 미래주의에 이르러서는 보는 예술인 미술에서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는데, 작품이 정말로 움직이지는 않더라도 그 작품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는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자코모 벨라 <움직임의 흔적> 1913

새가 날아가는 그 모습을 하나의 화폭에 담아내고자 한 작품입니다. 새가 날아가면서 바람을 가르는 모습을 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고전 회화에서는 새가 날으는 모습을 그릴 때,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 하나와 그 주변의 환경을 통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것을 '암시'하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예를들어, 휘어지는 가지와 흩날리는 나뭇잎의 나무를 그린다면 우리는 바람이나 새의 잔상을 따로 그려내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예상하지요.


그러나 미래주의에서는 그러한 시간의 흐름은 암시가 아닌 실시간으로 와닿는, 시시각각 현재가 되어가는 미래라는 것을 한번에 각인시키기를 원하지요.


자코모 벨라 <줄을 단 개의 역동성> 1912

해당 작품의 개는 만화적 표현에서 자주 나오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주의자들은 영상매체의 자극으로 동세를 화폭에 담고자 했던만큼 영상에서 얻을 수 있던 인상을 회화에도 적용시켰습니다. 개의 다리와 꼬리 그리고 견주의 발은 모두 잔상을 보여주며 말하고자 하는 바를 즉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미래주의자들은 항상 새롭고 진취적인 예술을 행하고자 하였고, 언제나 급진적이었습니다.


미술과는 별개로 그들은 항상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했었고, 때로는 파괴적인 행위에 가담하기도 했습니다. 곧 이어 발발하는 1차 세계대전에서 미래주의자들은 호전적으로 애국 선전에 나섰고, 이후에 옛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의 여러 운동들에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1] 자본주의, 찬미 vs 경계

산업화는 세상을 바꾸었고, 인간이 만들수 있는 부의 수준을 극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럼에도 산업화는 다양한 의견 대립을 겪게 됩니다.


산업혁명 이전의 주류 경제이론은 중상주의였습니다. 중상주의는 금이나 은 등의 재물이 국가 경제의 근간으로 보는 사상입니다.


돈이 있어야 그것으로 군대와 산업을 일으키고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산업화가 기존의 생각을 뒤집어버립니다.


"보이지 않는 손" 으로 유명한 국부론 이라는 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부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인간의 노동에서 나온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 물건이 필요합니다. 돈 그 자체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돈은 사람들이 노동을 해야할 이유를 제공할 뿐이지요.


따라서 국가는 인위적인 경제개입을 통해 금은보화를 모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노동을 장려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물건들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노동가치론은 여러 경제학에 영향을 줍니다.


자본주의는 국가가 금은보화를 모으기 위해 사람들의 삶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경쟁을 독려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에 참여하도록 하지요. 국가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를(치안, 국방 등.) 제공하는 것이 우선시 하도록 합니다.


이에 대해, 중상주의자들은 국가가 쓸 수 있는 돈이 당장 있어야 군대와 행정을 비롯한 국가 운영을 할수 있다고 비판하였지요.


사회주의 - 공산주의 계열의 이념들은 말할 것도 없으며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생각으로 벌어지던 기계파괴 운동, 러다이트 등의 사회 하층계급에서 유행하던 이념들은 자본주의에 적대적이었습니다.


중상주의자들은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보수혁명을 주장했습니다. 기존의 중상주의적 이론에서 산업화와 민족주의라는 당시의 국가적 의제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주의를 타도하고 통합된 국민으로 살자는 것이 보수혁명입니다. 보수혁명 운동은 산업화의 후발주자인 독일이나 동유럽 각지에서 일어나서 국민 통합체의 결성을 핵심가치로써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유행합니다.


보수혁명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를 적대시했고 민족의 통합이 우선시 되어 산업화를 민족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로 보았지요. 즉, 정치 위의 경제가 아닌 경제 위의 정치였지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편을 나누었던 냉전이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 중상주의나 보수혁명론은 사라지게 됩니다.


[2] 미래주의가 이탈리아에서 나오게 된 배경

이탈리아는 통일이 늦었습니다. 로마제국의 몰락 이후 엄청난 세월, 통일을 못하던 영향으로 인해 남북간의 차이는 매우 컸습니다.

현대 이탈리아 각지의 1인당 소득

현대 이탈리아조차 남북으로 엄청난 소득격차를 보이는데, 19세기 말 ~ 20세기 초는 어땠겠습니까? 남과 북은 너무나도 다른 배경을 가져, 서로 갈등을 크게 겪었습니다.


미래주의는 산업화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지 못했거나, 진행이 느렸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발흥했습니다.


산업화를 어떻게든 이루어 내어야 사람들에게 부를 분배할 수 있었기에 미래 기계문명을 예찬하는 운동이 발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회주의가 마르크스가 예언한 대로의 부유한 국가가 아닌 오히려 러시아와 같은 낙후된 국가에서 발생하여 급진적인 사회변동을 추진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정작 산업적으로 선진국이던 영국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과거회귀적인 미술공예운동이나 비공업적인 자연에서 위안을 찾던 것을 보면, 인간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항상 갈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3] 영상매체의 등장

누가 최초로 발명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만, 영상매체는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시네마토그래프를 시작으로 발달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는 ‘열차의 도착’(1895) 이라는 짧은 영상을 제작하여 상영했고 이것이 최초의 영화 상영이 되지요.

사진을 고속으로 넘기는 것이 영상을 만드는 기본 원리입니다.


시네마토그래프는 여러 장의 사진을 고속으로 넘기면서 벽면 에 비춰주는 영사기로, Fps(초당 재생 수) 라는 것은 1초 동안 몇 장의 사진이 넘겨 지며 영상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개념입니다.


영화가 등장하자, 예술은 다시한번 크게 변화합니다. 처음은 몇초간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금방 사람들은 제작기술을 발전시켜,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냈거든요.


당시에 영화계는 발명국 프랑스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파테, 고몽, 필름 다르 등의 영화 제작사가 등장을 하게 되었고 상업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이러한 프랑스에서의 영상예술 발달은 대성공을 거두어, 프랑스는 전세계 영화 산업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합니다.

영화사 파테의 로고


현재는 할리우드가 제일 크지만 이는 두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유럽영화가 쇠락한 영향이 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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