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제가 무엇을 소유하기 시작했을 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 틈에 자라는 우울도 공허도 절망도 충동도 찰나에 스쳐 지나가요. 괜찮은 날이 다시 찾아왔어요.
우울증은 낫지 않는다고 결국에는 죽고 말 거라는 생각이 오만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 무겁지 않게 제 말을 받아주셔서 저는 지금 감사함을 느껴요. 저에게 동화되어 어두운 표정을 지었더라면 저는 그 오만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거예요.
긍정은 언제 쓰이냐에 따라 차가울 수도 화상을 입을 수도 있을 만큼 뜨거울 수도 있어요. 긍정이란 저에게 드라이아이스 같은 존재예요. 선생님의 긍정은 겁 많은 저를, 꽁꽁 숨은 저를 나아가게 해요.
말은 또 다른 선물이에요. 저는 그 선물을 선생님으로부터 매주 받고 있었던 거예요. 지금의 저는 제자리인 것 같아서 불안하지만 분명 나아가고 있는 거예요.
선생님.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저는 나아가고 나아져가고 있으니까요. 죽어버릴 거라던 저는 서서히 희미해져 가고 있으니까요. 제가 모은 약은 제 몸에 버려지지 않을 거예요.
의미 없는 불필요한 생각은 하지 않을게요.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지나쳐 내일로 그 내일의 내일로 나아갈게요. 그 내일의 저를 기대해 주세요. 선생님의 기대에 기대어 무너지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