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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한 May 18. 2024

아침약을 증량하며 절망에 다가서다

정신과


"선생님.

한번 돋아 난 우울은 쉽게 가시지 않고 기분이 계속 좋지 않아요. 이제 괜찮아졌다고 이대로라면 단약을 하고 선생님과의 만남도 끝이 날 거라고 겁을 먹었는데 그건 어디서 온 착각이었나, 제가 우습게 느껴져요.


우울은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또 제 발목을 잡아요. 선생님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싶지만, 이 기분으로 계속 지내는 건 또 싫어요. 아침이면 의미를 찾고 우울은 깊어져요. 한없이 가라앉아요.


아침과 밤이 지옥이에요. 결국은 아침약을 증량하며 저는 또 한 번 절망에 빠져요. 역시 모아둔 약을 버리지 않길 잘했구나. 역시 버리지 못한 이유가 있구나.


저는 다시 약을 찾아요. 약의 유통기한을 다시 들여다봐요. 다시 처방받을 수 있을까. 그때의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은데 이것보다 확실한 약은 없으니까, 곤란해져요.


그리고 혼란에 빠져요. 살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와중에도 선생님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고 싶지 않음에도 약을 찾고 약을 손에 쥐는 제가 싫어요. 싫어서 또 죽고 싶어 져요.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쉽게 찾아와요.


일상을 찾겠다는 우울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저와 죽고 싶어 하는 제가 싸워요. 누가 이길까요. 저는 누구를 응원하고 싶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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