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09. 24.
작년에 무기력해지던 나를 계속 일으키던 말,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시험 불합격 이후 세상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진 않았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비아냥거리고 비난을 퍼붓지 않는다. 그저 숨막힐듯한 적막만이 있을 뿐이었다.
적막이 주는 막연함과 불안함에 짓눌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느낌이 들 때마다 나는 끊임없이 생각해야했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지금 해야할 일인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분명히 시험에 떨어질 것이다. 시험에 떨어진 나는 그 누구도 찾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끝없는 적막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움직여야한다.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간다. 유독 따갑게 느껴지는 햇살과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찬 바람마저 내 몸을 짓누른다. 추위와 함께 찾아오는 시험 날짜와 불안감이 나를 짓누른다.
겨울의 끝에 최종합격을 하고 난 뒤 봄이 오고, 여름이 와 정신이 없었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게하는 찬 바람이 나를 다시 작년의, 재작년의, 막연함 속의 가을로 데려간다.
꿋꿋하게 버티며 또 다른 생각을 한다. ‘붙어야 끝이 난다.’ 어쨌든 끝을 봐야 한다.
불안에 떨던 그 날과 같은 바람이 분다. 오늘은 그 바람을 맞으며 맥그리들을 먹겠다고 맥도날드에 간다. 그 햇살을 맞으며 기타 학원에 간다.
최근에 관사에서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는 생각과 함께 눈을 뜬 적이 있다. 추위와 함께 살아났던, 무의식에 각인되었던 강박. 눈을 뜨고 시계를 바라보며 다시 생각한다. 지금의 내가 아무 일을 하지 않으면.. 복무에 걸려서 징계를 받겠지. 아주 큰 일이 일어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