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06. 10.
아침부터 한 명의 학생을 두 번이나 지도했다.
첫 번째는 지각과 관련된 지도였다. 8시 10분까지 등교인데, 그 시간이 지나도 학생이 오지 않는다. 학생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학생은 "15분까지 등교가 아니냐"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섞은 변명을 했다. 학생 등교 후 지도를 했다. 첫 번째는 네가 지각을 하다보면 생활 습관이 바르게 잡히지 않으니 지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10분까지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 것. 학생은 눈물 두 방울을 찔끔 흘리며 알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두 번째는 태도의 선택과 관련된 지도였다. 이전 시간에 만든 품사 카드를 활용하여 메모리 게임을 했다. 자기 차례에서 동일한 품사의 단어 카드를 두 장 뒤집었지만 그 단어의 품사를 말하지 못해 턴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당연히 다음 턴의 아이는 그 아이가 집었던 카드를 뒤집었고, 품사를 옳게 말하면서 카드를 획득하였다. 이런게 어디있냐면서 그 아이는 마음이 상했고, 더 이상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아이들의 게임 중에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발언까지도 던졌다.
아이를 불렀다. 아이의 생각을 들었다. 순전히 제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고, 제 입장에서만 억울한 진술이었다. 내 나름 학생의 억울함을 인정하고, 다음의 대안을 함께 마련한 뒤, 그 아이가 이전의 상황에서 선택했어야했던 행동에 대해 말하였다. 더 이상 너는 초등학생이 아니다, 여기는 집이 아니라 학교다. 부모님 앞에서야 너는 '애'겠지만 여기서는 학생이고, 나는 너를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이다. 너는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지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좀 더 의젓해져야 한다. 등등의 잔소리들을 감기에 걸린 아이가 코를 풀 휴지와 함께 전달했다.
화가 났을 때 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만 하는 것과, 그것을 조금이라도 삭히며 계속해서 남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 중에서 넌 무엇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보니./뒤의 것이요./그래. 네 생각도 그렇구나.
그것을 끝으로 이번 주의 학교를 떠났다. 목포에서 들어야 할 도서관 연수를 향해서. 가는 내내 잠잠하지 않은 마음과 함께하였다. 왜 저렇게 소심하지, 왜 저렇게 어리광만 부리지, 왜 저렇게 자기중심적이지, 분명 또 저럴텐데 그때는 또 어떻게 지도해야하지, 부정적인 감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또다시 오늘 하루분의 에너지가 축나는 것이 느껴졌다.
내면에 침잠하여 분노와 짜증에 나를 내맡기다가 문득 창밖을 보았다. 주말에 또 한 차례 비가 올 예정이라 완전히 맑지는 않았지만 나름 햇빛이 내리쬐는 풍경들이 있었다, 약간 허옇지만 말간 물빛의 바다, 여름 답게 푸릇한 나무들, 쭉 뻗은 도로들. 별 일 없이 평온한 장면들이었다.
어쨌든 아까 학교에서의 장면들은 끝이 났다. 학생은 중학교 1학년 특유의 자기 중심성과 미숙함을 보였고, 나는 담임 교사로서 그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지도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다시금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셨던 말을 떠올렸다.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모범이요. /아니. /그럼요, / 인내심이야. /인내심이요. /내 눈 앞에서 당장 바뀌지 않아도 선생님은 계속 그 아이가 변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기다려줘야해, 그리고 올바르게 지도해줘야 해.
결국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도하기, 인내심 갖고 기다리기, 기대하기, 신뢰하기.
그래, 뭐, 그 녀석만의 때가 있겠지. 없으면 어쩔 수 없지. 다시금 허구적 최종 목적론을 되새김질한다. 이상은 현실에 없기에 이상이다. 이상을 좇기 때문에 지금 행동할 수 있다.
막혔던 숨을 내려놓듯 내쉬고 다시 창 밖을 본다. 그리고 나의 선택도 고민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잠겨 계속해서 고통받을지,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받아들이며 긍정을 선택할 지. 정교사로서 근무를 시작한 지 이제 3개월이 조금 넘었다. 이제, 이제. 처음부터 완벽한 상황을 그리고 싶어서 여유가 없어진 것은 아닐까. 나 스스로에게도 신뢰와 기대를 주어야 하는데. 충분히 괜찮게 해내고 있는데.
하늘은 여전히 뿌옇다. 그 와중에 해질녁의 햇빛은 내리쬔다. 창 밖을 다시 멀거니 바라보니 새삼 녹음이 우거졌다, 라고 할 만한 풍경이 펼쳐져있다. 나뭇가지와 풀이 빽빽하다.
시행착오를 겪는 나도 너그럽게 봐주자.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욱 건설적이다. 에너지의 소모가 적다. 에너지가 넉넉할 때에서야 더 의욕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그럴 때 보이는 것이 많을 것이다.
선택.
나도 선택해야한다.
약간의 관조와 긍정을, 넉넉함을, 여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