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진 Dec 16. 2023

비 오는 날이 좋아진 이유

‘비야 오늘은 너의 힘을 빌려 나를 좀 다독여주고 싶은데 그래도 되지?’

비 오는 날이 좋아진 이유


비 오는 날이 좋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씻기는 기분이 든다. 혹은 더 어지럽혀져서 생각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멍하니 버스 안에서 창문을 때리는 빗물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상념에 젖어든다.


우중충한 것이 꼭 내 마음을 공감해 주는 것 같아서 좋다. 오늘은 마음을 좀 더 어지렵혀도 되지 않을까?


상담을 받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오갔던 말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끊임없이 나에게 묻기도 하며 보이진 않지만 많은 것들이 이뤄진다. 나를 괴롭히는 건 나라는 사실을 안고 가는 이 마음은 설명할 수없이 절망적이었고 마음 한쪽이 끝도 없이 무거워졌다.


머리도 아프고 턱도 뻐근하다. 온갖 스트레스가 나를 압도하는데 마침 비가 내린다. 나의 쓸쓸함을 알아주듯이 비가 세차게 내려준다. 내리는 비와 함께 나의 아픈 마음들도 씻겨가주길 빌었다.


불과 얼마 전까진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부정적인 기운이 내 온몸을 휘감지 않도록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든지 빠르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탈출구를 찾으려고 했었다.


혹시 그래서 아파진 걸까? 나를 힘들게 한 것들을 깊이 봐주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쳐서? 혹은 알면서 외면한 걸까? 생각도 비처럼 속수무책으로 굵어져 갔다.


지나간 일로 하여금 괴로워하고 울기도 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에 발을 들이고 나니 우울함도 깊게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꽤나 괴로운 일이지만 가라앉는 마음이 들면 천천히 음미하려 하고 울며 게워내기도 하고 감정의 변화를 천천히 따르려고 애쓰게 됐다.


스스로에게
친절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상담을 처음 갔을 때 들었던 말이었다. ’나에게 내가 친절하게 대한다‘라는 얘기가 선뜻 와닿지 않았었고 쉬운듯한 말이 참 어렵게 들렸다. 단순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주고 다독여주는 것만이 아닌 것 같았다. 이후로 쭉 마음속에 담아 온 말이기도 하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슬퍼지니 울고 싶어졌다.


마침 온 세상이 비로 축축하게 젖어 있으니 나 하나쯤 울어도 티도 안 나겠다 싶었다.


‘비야 오늘은 너의 힘을 빌려 나를 좀 다독여주고 싶은데 그래도 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