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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의숲 Dec 09. 2023

롤 모델

자기가 해야 할 일이나 임무 따위에서 본받을 만하거나 모범이 되는 대상

지난 6년 동안 다닌 회사는 사업의 규모가 큰 곳이었고 대표님(=실장님)이 누구보다 성실하게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일들을 하셨다. 밤낮없이 일하신다는 표현이 딱 맞을까


새벽 꽃 시장 사입부터 이후 시간엔 꽃만 계속 꽂으시는데 그렇게 매일을 하시는 성실함과 작은 것도 타협하지 않는 열정, 꽃을 대하는 태도, 독보적인 프라이드와 오직 실력으로 고객과 신뢰를 쌓아가는 프로페셔널함.


언제나 감탄할 만한 결과물을 보여주셨고 클래식함에서 오는 고급스러운 우아함을 따라올 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늘 실장님의 꽃은 내게 정답이었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나도 그런 플로리스트로 성장하고 싶었다. 그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한계치를 넘어 일을 했고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나와 싸워 나갔다.


 ‘내 삶의 1순위가 이곳이다!’라는 말을 마음에 삼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했고 직원의 도리로서 보탬이 되고자 애썼다. 그러면서 스스로 발전하기도 했고 좌절하기도 하면서 많이 배워갔고 뼈 있는 공부가 됐다.


처음 입사하고 2년 반은 플라워샵에서 근무를 했다. 실장님과의 보고는 메신저로 오갔고 매장은 직원들끼리 로테이션 근무로 돌아갔다. 그때 난 자격증을 취득하고 처음 일을 했던 터라 실무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였다. 더군다나 모두 시작점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하다 보니 발전에는 한계가 있었다.


꽃을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절실했었다. 오시는 고객님들께 예쁜 꽃을 드리고 싶었다.

그때 당시 실장님의 인스타그램에는 1000개 정도의 피드가 있었고 그중 대부분이 꽃 사진이었다. 제일 첫 번째 사진부터 모든 꽃 사진들을 찾아봤다.


나도 저렇게 만들 수 있는 날을 꿈꾸면서 연구해 나갔다. 똑같이 만들어 보려고도 하고 이런 컬러를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이럴 땐 이런 컬러를 쓰는구나. 실장님 꽃처럼 나도 꽃들이 숨 쉴 수 있는 다발을 만들어야지, 손에 힘을 빼자.


만능이 되면 컬러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지는구나. 컬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이다음 스텝이구나. 하나를 터득하면 그다음 내가 노력해야 할 것들이 보이고 또 그다음 그다음 알 때까지 매일 연습하고 고뇌했다.


그렇게 딱 1년을 하니 꽃에 내가 담고 싶은 무드가 담기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통하는구나 싶어 뿌듯하고 설렜다. 나에게 롤 모델이 있고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그 뒤로 작업실로 근무지가 바뀌었고 1000개의 꽃다발을 만들러 혼자 부산 출장에 가기도 하고 일 년에 두 번 대량의 햄퍼를 만드는 작업의 총괄을 꾸준히 맡아 왔었다.


나의 팀이 꾸려지면서 온전히 내 소관이 된 함께 할 팀원들도 생기고 내 작업 공간도 생기면서 명품 브랜드의 꽃도 직접 꽂게 됐다.


동시에 인사업무도 내 담당이어서 각 파트별 채용과 입사 이후 교육을 하며 적응을 도왔다. 조금이지만 행정업무도 했었고 매장을 혼자 운영했던 경험으로 플라워샵 관리도 함께 했었다.


여러 가지 일을 같이 진행하며 정신없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사건사고는 매일 터졌고 나는 해결사의 역할이었다. 버거울 때도 많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하면 다 된다는 정신력과 맡고 있던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텼다. 무엇보다 실장님과 함께 하는 일들이 정말 재밌었고 도움 될 수 있음에 기뻤다.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서 힘듦과 동시에 에너지가 충전되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도 했지만 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다고 늘 생각한다.


몸과 마음으로 배웠던 자양분들은 뿌리가 되어 늘 내게 견고한 힘이 돼줄 거라 믿는다. 플로리스트로서 앞으로 배워 나가야 할 숙제들이 많음에 감사하고 본질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궁금해할 것이다.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애티튜드를 가꾸고
아름다움에 대한 감도를 높여나가며
나만의 자연을 풀어나가는 플로리스트가 꿈이다.
존경할 수 있는 롤 모델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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