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 과하게 해야 제맛이다.
12. 늬들이 저축 맛을 알아?
돈을 모으는 방법 못지않게 저축하는 마인드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떤 방법과 생각으로 돈을 모으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돈이 모이는 저축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본다.
1. 적금은 과해야 제맛이다.
저축은 과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일 년 뒤 내가 만지는 돈이 나에게 든든함을 선사한다. 월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과하게'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서 과하게라는 것은 저축의 기준을 올해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좋은 점이 무엇이겠는가? 내년에 받을 돈이 정해져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2025년의 급여는 3%가 오른다고 하지만(피식) 본봉에 3%가 올라도 세금과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그게 오른 건가 싶다). 어쨌든 우리는 내년의 급여를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저축 금액은 항상 내년, 내후년(다음 호봉)을 기준으로 삼는다.
2. 상여는 없는 셈 친다.
공무원은 급여와 마찬가지로 상여도 정해져 있다. 일반 회사를 다니면 올해는 본봉의 몇백%, 몇십%를 받거나 못 받는 해도 있겠지만 공무원의 상여는 호봉에 따라 정해진 비율로 받는다. 연봉협상 같은 건 없다. 귀여운 월급만 받다가 상여가 나오면 이 돈이 공돈 같아 써버리기 쉽다. 저축의 기준은 월급이니까. 저축액이 빠져도 상여로 입출금 통장이 든든해지는 경우에는 들어온 돈은 즉시 다시 은행에 넣어야 한다.
내가 상여를 모은 방법은 첫째, 상여는 (돈을 더 넣어서) 백단위를 맞춰 자유 적립식 저축 상품에 넣는다. 둘째, 만기 되는 예금, 적금이 있으면 백단위, 천 단위를 맞춰서 상여금을 모조리 예금한다. 백단위를 맞춘다는 말은 예금이 2000만 원, 상여금이 130일 때 이자는 그대로 두고 통장의 예비비를 빼서 2200만 원으로 맞춰 넣는 것이다. 셋째, 적금과 상여를 콜라보한다. 나는 평달 월급의 70%를 적금했다. 부족한 생활비는 상여를 1/n 해서 생활비로 사용했다. 공무원의 상여는 정기적으로 정해진 금액이 나오기 때문에 돈이 나올지 안 나올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은 계획적으로 돈을 모으는데 안성맞춤이다.
3. 시작은 적금이지만 목표는 예금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저축을 위한 적금을 하지 않는다(다음 해 여행을 위해 여행적금만 한다). 현재 초등 아이 둘 키우면서 수입의 50% 내외로 저축하고, 빠르면 3~4달, 늦어도 5달 안에 2000만 원이 모인다. 이렇게 모은 돈은 파킹 통장에 넣었다가 2000만 원이 되면 바로 예금으로 넣는다. 적금은 1년간 돈이 묶이게 되고 이자가 예금의 5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적금은 하지 않고 있다.
주변 제2 금융권 은행에서 6~7% 적금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품은 대부분 카드 발급을 해야 하거나 불입한도가 30만 원~50만 원 정도로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나는 과거 이자율만 쫓다가 돈을 쪼개서 은행에 예치한 적이 있다. 한 달 뒤 더 높은 이자의 저축 상품이 나와서 그 돈을 해지하고 은행에 다시 넣었지만 결과적으로 만기 후 내가 쥐는 이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자 몇천 원 더 받자고 만기를 한 달 늦춘 것이 후회됐다. 그 이후 적금은 끝까지 유지하고 되도록 예금을 만들려고 한다.
한 지인이 고금리 소액 은행 상품을 온 가족의 이름으로 가입했었다. 이 경우 1년 뒤 이자의 합이 생각보다 컸다. 불입 한도가 작지만 이율이 높은 적금을 넣는다면 내가 총 얼마나 넣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면 좋다.
4. 만기 되는 이자는 통장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적금이나 예금 상품이 만기가 되었을 때 꼭 하는 일이 있다. 일단 인터넷 은행이나 동네 2 금융권 은행에 전화해 가장 금리가 높은 은행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다음 은행에 가기 전 인터넷이나 통장의(예적금을 가입할 때 세후 만기 이자를 통장에 적어 둔다) 이자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입출금 통장에서 은행에 넣을 돈을 인출하여 간다. 평소 거래하던 은행의 이자가 가장 높다면, 창구에서 이자를 한번 더 확인하고 백단위를 맞게 내 돈을 추가하여 재예치한다. 이자는 절대 통장 밖을 나오지 않는다. 원래 살던 곳에서 한 번 더 굴려지도록 한다.
그렇다고 은행이자만 바라보고 저축을 하면 안 된다. 당신이 예적금으로 몇억씩 예치하고 있지 않는 이상 은행 이자만으로는 절대 돈이 늘지 않는다. 은행이자는 잊자. 그보다 내가 다시 저축할 때 추가하는 돈, 저축할 금액을 제하고 아껴서 더 넣은 돈이 내가 만드는 진짜 이자다.
이자는 통장 안에 둔다. 은행 밖으로 나올 때는 돈이 자라는 즐거움과, 조금씩 커가는 돈이 주는 자신감, 그리고 작년보다 더 무거워진 통장만 가지고 나온다. 이자는 통장 밖으로 나오게 하지 말고 통장 안에서 구르고 구르고 또 굴려야 한다.
1억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