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된 사람이고 싶다

퇴사일이 확정되며 떠올린 기억

by 하안

작년 초에 상담을 받으러 다니던 곳은 동네에서 개발이 아직 되지 않은 촌 구석의 언덕배기에 있었다. 그곳에 가려면 굽어진 다리를 빙 둘러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다행히 봄 날씨의 자비로 미치도록 덥거나 추워서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나름 기대되는 발걸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상담이 끝나면 돌아오는 길 내내 메모장을 켜서 기억나는 대로 적어댔다. 30분 이상 걸리는 길을 핸드폰 타자만 타닥타닥 두드리며 왔으니, 오고 가며 나를 봤던 운전자들은 요즘 젊은애들은 위험하게 핸드폰만 보고 길을 걷는다며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내가 상담받았던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따분한 이야기만 해주던 선생님께서 나에게 해주신 충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진실되게 사세요”


상담을 받았던 그때도 이 정도는 다 참고 사는 게 아닌지 내가 유독 예민하고 못 견뎌내는 건지 궁금했었다. 선생님은 내가 누가 봐도 힘들고 우울한 상태임을 상기시켜 주면서 저 말을 해주셨다.


왜인지 몰라도 답답했던 마음속에 한줄기 해방의 빛줄기가 드리운 느낌이었다. 난 얼마나 나를 포장하며 숨기며 살았었나.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 무례한 말들과 행동에도 사람 좋은 웃음으로 웃어 보이고, 집으로 돌아와서 나를 수백 번 죽였었나.


나는 글을 쓸 때도 거짓말을 한다는 말을 잊을 수 없다. 나에게 있는 버릇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가 내 글에 관심을 갖고 기억한다고. 좋은 말로 에둘러 포장하려 하는지. 진실된 사람은 구김 없는 과거와 높은 자존감, 그리고 단순함에서 오는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질 수 없는 그런 성격.

하지만 지난 회사생활을 돌아보며, 예측할 수 없는 외부자극들이 나를 병들게 하기도 했지만 진실되지 않은 나의 모습도 한몫했다고 생각했다. 왜 싫은 건 싫다고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3개월 간의 휴직을 끝으로 퇴사가 확정되었다. 안 좋은 기억들은 미화되었고,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봐야 기억날 정도로 희미해졌다. 그렇다면 불안함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던져지기 전에 난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진실된 사람이고 싶다.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나 스스로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는 사람. 남과 나를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솔직하게 반응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진실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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