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 런치파티
Thursday, December 5, 2024
깜박 잊고 있었다. 오늘 코스트코 런치파티가 있는 날인걸. 말이 파티지, 그냥 런치룸에 뷔페처럼 음식을 세팅해 놓고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정도이다. 또 여기서 뷔페라고 하면 한국처럼 나온다고 생각할까 봐 미리 말해두지만 서양인 스타일은 그다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샐러드, 브레드, 타코, 피자, 쿠키정도.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델리코너에 있는 음식들이라서 양으로 승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음식들이다. 그래도 제각기 출근시간이 다른 직원들을 위해 그때그때 리필을 해주는 센스는 있더이다.
보통 점심 도시락을 안 챙긴다. 아침밥을 조금이라도 먹고 가면 간단한 간식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 오늘은 아침 8시까지 출근이라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뭐라도 챙겨갈까 했는데 귀찮아서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오늘 런치파티가 있다는 사실도 깜박해서 점심을 뭐로 때울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물함으로 가는 길에 런치룸이 보이는데 누군가가 부지런히 뭔가를 세팅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보니, 오늘이 바로 그 런치파티 날이었다. 야호.
아침 9시부터 개시한다는데 8시부터 업무가 시작이라 음식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점심시간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근데 일을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나자마자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오늘 아침 똥을 안 싸고 왔다.’ 습관적으로 출근하기 전에 아침에 쾌변을 한다. 그래야 갑자기 급똥 같은 사고가 안 나기 때문인데 그 사고가 아니라 다를까 터지고 말았다.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화장실에 없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해결해야 되는데 누군가가 밖에서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똥이 나오다가도 들어갈 판이기에 아무도 없을 때 다행히 해결했다. 이로써, 내 배는 이제 텅텅 비워졌다. 난 먹을 준비가 된 것이다.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더 먹고 싶어도 눈치 보이기 때문에 적당히 먹었다. 파티라는 이름하에 그냥 각자 와서 먹어야 하는 게 아쉽기는 하다. 직원전체가 한 번에 모여 함께 즐기 수 있는 그런 파티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왜냐면 여기는 코스트코니까.
오늘의 픽:
차린 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