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0. 캐나다 패밀리 데이
Monday, February 17, 2025
아니 벌써 100일이 지났네? 마지막 30대 인생 시리즈를 시작한 지 이렇게 100일이 되었다. 똑같은 숫자인데 왜 100일이란 숫자는 언제나 특별하게 다가올까? 100일이라는 것은 적어도 3개월은 되었다는 것인데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매일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 글을 쓸만한 소재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 어떨 때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술술 나올 때가 있어서 아무런 고민 없이 글이 써질 때가 있고, 어떨 때는 정말 머리를 쥐어짜야지만 나오는 글이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3개월 동안 쓸 수 있었던 건 바로 나와의 약속 때문이다. 올해 11월 9일까지 글을 마무리하게 되면 적어도 1년 동안 내 삶을 글에 보관할 수 있게 되어서 언제든지 그날이 그리울 때면 꺼내 볼 수 있기에. 나의 마지막 30대를 그래도 헛으로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은 캐나다 패밀리 데이다. 캐나다 공휴일이지만 이 명칭은 주(Province)마다 다르게 쓰인다. 현재 나는 BC주에 있기에 패밀리 데이라는 명칭의 공휴일을 즐기고 있다. 왜 패밀리데이인가를 찾아보니 긴 겨울을 보내고 있을 가족들에게 그들과 겨울을 잘 이겨내자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BC주에서는 2013년부터 생긴 공휴일이라고 하니, 역사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덕분에 나는 3일을 연속으로 쉴 수 있게 되었다. 일요일과 월요일이 휴무인데, 공휴일이 월요일에 껴버리는 바람에 대체 휴일을 받게 되었다. 유후.
그렇다고 나의 휴일은 달라질 게 없다. 아시다시피 겨울은 나를 꽁꽁 묶어놓기 때문에 특별한 야외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집에서, 특히 침대 속에서 온열매트 위에 몸을 맡긴다. 그래서 하루종일 정말 한 것이 없는 날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쓴다. 할 말이 없다고 그냥 지나쳐버리면 어느 순간 정말 글을 쓰지 않을 걸 알기에 끝까지 이어가고 있다.
그런 내가 참 지독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이렇게 100일까지 왔잖아? 연애할 때 100일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지듯이 나의 100번째 글도 특별하게 다가오길 바란다.
오늘의 픽:
10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