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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12

가구 위치를 바꾸니 집안에 운이 들어온다

by 인상파 Dec 24. 2023

바깥 화장실 불이 나갔다. 며칠 전부터 잘 들어오지 않아 천장을 탁탁 두들겨서 겨우 살려냈는데 어젯밤에는 아예 말을 듣지 않았다. 맛이 아주 갔다는 뜻이다. 바깥 화장실 전구는 꼭 그렇게 몇 대 맞고 나야 정신을 차려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그럴 때마다 어릴 적 시골에서 텔레비전이 지지직거리거나 화면이 켜지지 않을 때 텔레비전 몸체를 두들겨 댔던 것이 생각났다. 무식한 짓일 수 있지만 임기응변으로 해결하기는 좋은 방법이다. 다행히 사 놓은 전구가 있어 핸드폰 라이트를 켜놓고 전구를 갈았다. 화장실 전구는 그나마 혼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실은 문제가 다르다. 유리로 만들어진 전등 커버의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다. 무슨 이유로 그토록 무거운 전등 커버를 씌웠는지 알 수 없다. 거기에 커버를 병뚜껑 돌리듯 돌리는 구조가 아니라 네 귀퉁이를 나사로 고정시켜 놔서 그것을 풀었다가 돌리려면 누군가는 떠받치고 있어야 해서 도저히 혼자 교체할 수 없다. 

작년 여름, 거실 전등이 깜박깜박하고 불빛은 흔들렸다. 아들은 밤늦게나 들어오고 딸아이는 집에 잘 오지 않을 때라 불편해도 그대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딸아이가 집에 왔을 때 제일 먼저 전등부터 교체했다. 그런데 고개를 쳐들고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세 개의 커버를 벗겨내어 전등을 갈았는데 깜박임은 여전했다. 전등의 수명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것은 안정기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했다. 깜박이는 전등만 빼내었더니 깜박임은 없어졌다. 그런대로 지낼 만하여 여직까지 그러고 있다.

집에 하자가 생기면 고치고 살아야하는데 조금 방치한 편이다. 임시방편으로 고쳐보고 살만하면 그대로 둔다. 사람을 부르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귀차니스트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다 보면 사람이 무뎌진다. 지저분하면 지저분한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다보니 역설적이게 그 편이 오히려 편해졌다. 새로운 것을 들이면 부담이 된다. 

한 번은 전등 때문에 크게 화를 당할 뻔한 일이 있었다. 지금 집은 입주 때부터 살기 시작하여 15년이 넘었다. 하자 기간도 다 지나고 근 8년쯤 됐을 때의 한겨울이었다. 갑작스럽게 기온이 급하강해서였을까. 세탁실에서 손빨래를 하고 돌아섰는데 천장에 매달린 유리 전등 커버와 전구가 쫙 소리가 나더니 와장창 쏟아졌다. 순간의 일이었고 조금만 늦게 몸을 틀었다면 내 머리 위로 유리 파편이 쏟아져 내렸을 것이다. 정말 아찔했다. 

하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나는 다른 전등 확인에 들어갔다. 세탁실 전등 커버와 똑같은 여섯 개의 전등 커버가 모두 금이 가 있었다. 8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교체해보지 않은 전등이었다. 그것은 한 번도 전등에 금이 가 있으리라고 의심해보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바깥에서는 하늘을 쳐다보지 않고 살 듯, 집안에서는 천장을 쳐다보지 않고 살았던 것이다. 금이 간 전등 커버를 플라스틱재로 바꾼 다음에야 안도할 수 있었다. 

전등에 수명이 있는 것은 가끔 천장을 쳐다보라는 뜻이 아닐까. 천장을 쳐다보고 혹시 있을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전등 갈 때마다 귀찮음을 그런 식으로 합리하고 있다. 화장실 전등 하나 갈며 옛 기억들을 소환하며 상념에 잠긴 하루다.(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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