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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11

운동하니 건강이 좋아진다

by 인상파

새벽부터 아들 녀석이 안방 화장실에서 씻느라고 부산을 떨더니 아침도 먹지 않고 집을 나선다. 친구들과 논다고 하여 어디에서 노느냐고 했더니 재수하는 친구와 강남 갔다가 신촌에서 자취를 하는 다른 친구와 합류할 거라고 한다. 언제쯤 돌아오냐고 했더니 밤중에나 돌아올 거라며 늦더라도 걱정을 말란다. 노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싶었는지 가방에 과제할 노트북도 챙겼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덧붙였다. 놀러 다닌다고 핀잔을 주는 게 아닌데 찔리는 구석이 있는 걸까. 춥더라도 방콕하는 것보다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라 추운 날씨에 옷이나 잘 입고 나가기를 바라며 날이 엄청 춥다고 했더니, 자기도 추운 것은 싫다고 털 가디건을 걸치고 양말도 두 겹 껴 신었다는 것을 직접 눈앞에서 확인시켜준다. 아들 녀석이 나가고 어머니까지 센터로 가시고 나니 집안이 썰렁하다.

난방을 껐다. 혼자 있을 때 난방을 틀고 있으면 난방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옷을 껴입거나 무릎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으면 될 일이다. 새벽녘에 난방을 켜면 오전에는 그 온기로 견딜만 한데 오늘은 감당이 안 되는 것을 보니 날이 워낙 춥기는 추운 모양이다. 옷을 다른 날보다 더 껴입고 어깨와 무릎에까지 담요를 걸치고서 식탁에 앉아 신문을 보았다.

맹이 녀석은 내가 신문을 보면 꼭 방해를 한다. 처음에는 신문 보는 엄마가 마음에 안 드는지 신문에 올라와서는 제 배설물 덮듯 앞발로 덮는 시늉을 한다. 그래도 내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저도 신문을 보겠다고 꼭 내가 보고 있는 지면에 자리를 잡고서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아이 때문에 신문 진도가 안 나간다. 가만두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신문 펄럭이는 소리를 무서워하는 녀석이다. 방해꾼을 쫓아내기 위해서 아이가 올라가 있는 신문을 빼서 뱀이 꼬리를 흔들 듯 신문을 휘리릭 흔들며 소리를 내었다. 아이는 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가 이내 도망을 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아와 신문에 진을 치고 나는 다시 같은 칼을 빼들 수밖에 없다. 그것도 재미가 없는지 이번에는 신문 모서리에 입을 가져가 신문을 찢는다. 잘게 찢어진 신문 조각이 혓바닥에 달라붙으니 그것을 삼키겠다고 용을 쓰는데 사포 같은 혓바닥에 붙은 신문 조각이 잘 떨어질 리 없다. 토악질 비슷한 행동을 보이며 괴로워하면 그때는 엄마가 나설 차례다. 녀석이 깨물어도 손가락을 넣어 종이를 떼어주면 저도 신문을 못 보게 했던 게 미안한지 더는 방해하지 않고 요가 매트에 가 식빵을 굳는다.

방해꾼이 없으니 신문이 잘 넘어간다. 하지만 잠을 설친 나의 머리는 둔탁하고 슬슬 졸음이 쏟아진다. 맹이의 게슴츠레한 눈을 닮아가며 나는 어느 순간 한쪽으로 기운 고개가 허공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스스로 졸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마치 꿈을 꾸는 있는 것을 자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다른 자아를 불러 자신을 깨울 수 있는 것이다. 안 되겠다, 일어나서 청소라도 해야겠다. 신문을 접고 맹이가 찢은 신문 조각을 줍는다. 청소 방법은 물걸레를 들고 안방에서 거실, 작은 방 2개를 훔치고 닦는 거다.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일이다. 청소를 하고 나면 숨이 차고 몸에서 열이 난다. 청소는 내게 잠을 깨우는 운동이다.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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