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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딴짓. 어디까지 허용될까?

오피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 그러나 있을 수밖에 없는 것

by 초맹


회사가 싫어하는 건 다 딴짓이지!


오피서들 중 딴짓 안 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없다. 뭐 사장부터가 딴짓인데..


그럼 딴짓이란 무엇인가? 아. 미안하다. 갑자기 철학적이다. 여기서 한 번 짚어줘야 한다. 딴짓이 뭐냐 물어보면 대개 일 안 하는 걸, 다 딴짓이라고들 한다.


누군가 다가와서 "너 왜 딴 짓해?"

어택질 훅 들어오거든, 쭈뼛대지 말고 당당히 답해라.

"딴짓이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멋대로 해석하는데 동의하기 어렵구요. 딴짓의 정의는 알고 계신가요? 명확한 유형이 존재하나요? 누구나 납득할 만한 용어 정의를 미리 규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일도 일이지만 기본권의 영역을 제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분명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근데, 진짜 이럼 안 되는 거 알지? 순간을 모면할 수 있으나, 후한을 장담할 수 없다. 순간에 목숨 걸지 마라.


저것들이 일 안하고 모여서 딴짓하고 있네?


딴짓에 대한 회사와 오피서 간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다. 회사는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면 다 딴짓으로 정한다. 이 말인 즉 하루 8시간 다 일만 하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회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딴짓을 멋대로 정하고 월급루팡 같은 프레임을 씌워 나쁘게 포장하는 부정적 강화 작용에 해당하겠다.


너무 회사 까기만 해도 그러니, 회사 편도 들어줘 볼까?

중간에 동료들끼리 하는 잡담하는 건 딴짓이다. 커피 마시러 가는 건 딴짓이다. 자리 비워도 딴짓이다. 오로지 신성한 업무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보면 오피서들은 하루 평균 1.5시간 정도를 딴 짓에 보낸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85%는 딴짓을 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럼 결국 이 노비들은 8시간 일하기로 해 놓고 6.5시간 일한다는 거잖아! 그런가?


이 설문조사 어떻게 하는 거 같아? 이거부터 의심을 해 봐야지. 이건 모두 사측 의뢰로 조작질되는 설문조사가 대부분이다. 즉, HR에서 대략적으로 그럴싸하게 관심법을 발동하는 것이다. 직접 직원들에게 설문 하더라도 애초에 정확히 나올 수가 없다. 설문에 응하는 직원들조차 제대로 모르는데, 말이 안 되는 건 당연하잖아?


쟤 일 안하고 딴짓 한다. 널널한가 보네? 저 월급루팡!


왜 그런지 다음 문제를 풀어보면 금방이다. 자. 그럼 문제 한번 내볼까? 킬러문항 기출변형이라 좀 어렵다.

다음 중, 회사 내 딴짓을 고르시오.
1. 회의 시간 업무 얘기 30분 하다가, 말이 삼천포로 새서 잡담 30분 했다.
2. 산책을 돌며 업무에 대한 해결책 고민을 1시간 동안 했다.
3.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딴생각 30분 했다.
4. 옆부서 동료와 만나 근황 토크 30분을 했다.

모르겠지? 나도 모른다. 저건 모두 공식적으로 다 업무다. 근데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이걸 또 회사가 원하는 업무라고 볼 수 있냐는 말이다. 오피스 게임은 그래서 공식보다 비공식이 더욱 중요하다.


반면 딴짓에 대한 오피서들의 항변도 만만치 않다. 그럼 오줌도 싸서 말리란 소리냐? 화장실 급똥 땡기는데 어뜩하라는 것이냐? 급하게 집에서 전화 오는데 받지도 말란 것이냐? 자리비움이 딴짓이면 회의도 가지 말아야겠네? 팀장, 임원들은 왜 맨날 자리에 없는데? 그럼 모니터 쳐다보고 속으로 딴생각하면 그건 일이냐? 아니냐? 별소리 다 나온다. 물론 이를 정확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오피서들도 많다.


모? 모? 모가 딴 짓인데? 이 신발끈들아!


딴짓은 몇 가지를 제외하고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딴짓. 서로 다른 동상이몽. 여전히 회사와 직장인들은 각자의 희망사항을 투영한 채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법적으로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만 잘 알면 된다. 업무를 계속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만한 개인적인 일은, 딴짓이어도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이는 기본권 측면에서 보장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어렵다구?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아파서 중간에 병원을 갔다 온다? 몸이 아픈데 무슨 일을 해? 그치? 은행 가서 일을 보고 온다. 돈 때문에 무슨 일 생기면 안 되잖아. 맞지? 화장실이 만능 안전지대인 이유. 싸면 안 되잖아. 생리적 현상은 다 인정된다. 잠깐 자리 비우고 산책하고 오면? 머리가 맑아져 일을 집중하기 좋잖아.


이런 범주의 딴짓은 일의 연속된 범위로 인정받는다. 그냥 다 해도 된다. 근로감독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금방 연락하면 또 바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 단, 시간이 1시간 이상 길어지거나 거리가 반경 1km 이상 길어지지 않으면 된다.


어디보자! 또 자리비움이네? 벌써 13분 째..


보통 오피서들의 딴짓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하루의 느낌적인 느낌으로 측정해 볼 수 있다.

[초맹의 오피서 딴짓 시간 계산기]
1. '아. 오늘 정말 숨 쉴틈도 없이 일했어!'
욕 나오는 느낌 = 딴짓 30분 이내
2. '이 정도면 적당해. 다닐만한 것 같아.'
오디너리 한 느낌 = 딴짓 1시간 정도
3. '오늘 좀 널널한데. 생각할 시간도 충분해.'
여유로운 느낌 = 딴짓 2시간 수준
4. '오늘 저녁 뭐 먹지? 어디 재밌는 일 없나?'
크리에이티브한 느낌 = 딴짓 3시간 이상

이 정도로 보면 대략 맞다. 뭐 4시간 이상 된다면 작정하고 딴짓을 하러 다니거나, 회사가 망해가서 일이 정말 별로 없는 것이다. 각자 평상시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어느 정도인지 느낌적 느낌을 펼쳐보자.


그렇게 딴짓하고도 과연 일 다 해오는지 어디 함 보자!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딴짓의 범주다.

이건 남들 다 하더라도 절대 따라 하지 마라.

앉아서 개인적인 일로 인터넷의 바다를 해쳐가며 정신없이 서핑하는 짓. 널널하다고 투잡거리 들고 와서 하는 짓. 이런 건 그냥 빼박이다. 회사의 업무 시간을 사용해 업무와 연관이 없는 아예 다른 일을 한다면 크나큰 약점을 잡히는 것이다. 이것만 조심하면 된다.


그래도 뭔가 좀 애매하지? 그럼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다음 중, 더 나쁜 아이는 누구일까요?
1. 정대리 : 하루 화장실 3번, 은행 1번, 병원 1번, 산책 2번, 커피 3번, 스몰톡 3번
2. 박과장 : 2시간 동안 대놓고 부업하고, 아이들 숙제 대신해 줌, 이후 6시간 진심으로 열일

공식적으로는 2번이 딴짓 빼박이겠으나, 비공식적으로는 1번이 더 일을 안 하는 애다.


결국 시간으로 뭘 잴 수가 없다. 일 똑바로 하라는 것이지. 시간 따져봐야 답이 안 나온다. 이토록 딴짓은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자리에 앉아 있어 봐야 생산성도 나오지 않는다. 책상머리에 앉아있다고 다 공부하는 거 아니잖아. 이걸 회사도 알기 때문에 딴짓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회사는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것으로 적당히 퉁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의 이유가 있다. 윗분들도 딴짓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들까지 피곤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노는 것처럼 보여도 할 거 다 하고 칼퇴한다.


딴짓이란 이토록 어려운 영역이다. 그렇지만 쉽게 결론 내보자. 그냥 뭘 하던 안 걸리면 된다. 투잡을 해도 걸리지 않을 자신 있으면 다 해라. 화장실도 자주 가서 쫄리면 눈치껏 가고. 원래 정확하게 끊어칠 수 없는 건 다 눈치로 하는 거다.


하고 싶은 딴짓 목록을 짜 놓고 하나하나씩 해 보면서 간을 먼저 본 다음!

아! 이 정도는 해도 되겠다 싶음 하면 된다.

아! 이 정도는 뭐라 하네? 싶음 안 하면 된다.


[특별출연 예쁨] 넌 예쁘니까 딴짓해! 일은 우리가 다 해 줄께!


근데 이렇게 피곤하게까지 오피스 게임 해야겠냐?

그냥 적당히 알아서 좀 하자.

할 거 다 했으면 그냥 바로 집에 가든가..


하여 딴짓이고 뭐고. 난 그만 조기 퇴근할란다.

오피서들아! 너네도 할 거 다 했음 그냥 가!

자꾸 앉아서 쓸데없이 딴짓하지 말구!


[특별출연 류귀복] "야! 너 왜 딴짓해?" 투고는 생리현상 같은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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