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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Apr 04. 2024

사내 제보 신고하면 신변 보장 되나요?

속지 마! 다 그 나물에 그 밥! 한통속들이야!


사내 제보하려면 언론에다 해!


전편 : 회사가 월급 주면 감사해야 될 거 아냐!


부당한 일을 겪고 사내 신고를 망설이고 있는가?

미리 말한다. 하지 마라! 절대! 결코! 네버!


감사는 사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 비리와 부정을 없애 깨끗한 회사를 만든다. 이건 회사의 명분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의롭게 보일 뿐, 정의구현이나 공정함과는 무관하다. 결국 회사 돈 지키고 노비들 잡음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실제 감사실이 운영하는 제보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불황에 기획감사나 표적감사가 필요하면 없는 제보도 날조한다. 제보 중 심각한 것은 정의구현을 보여준다. 근데 증거부족으로 반려되는 게 더 많다. 문제가 있는 건 알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묵혀둔 쉰내 나는 묵은지들도 많다.


그냥 덮는 건도 꽤 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오너가 덮으라고 해서 덮는다. 그리고 상대가 신임받는 임원이나 비서실 같이 막강하면 알아서 덮는다.


용기 내어 사내 제보를 하는 이들은 항상 있다.


많은 이들이 회사제일검의 강직하고 공정한 이미지 프레임에 씌워 감사실에 제보를 하는 우를 범한다. 사내 제보 채널 운영은 자정 기능을 위해서라고 한다. 정말일까? 아니다. 실은 외부에 알려져 일이 커지기 전에 단도리 치기 위해서다. 그래서 먼저 제보를 받는다고 선빵 치는 것이다.


이들은 결코 문제 해결을 보장하지 않는다. 적당선에서 티 안 나게 뒤에서 마무리 짓는 일이 더 많다. 징계 공고가 나는 사람보다 조용히 자리 빼거나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고했다 밖에 알려지면 곤란한 상황을 차단하고 싶어서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감사실이 정의와 공정의 아이콘이라 볼 수 있겠는가? 감사에 찔렀다가 제보자가 낙인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유는 심플하다. 제보자가 알려지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다양한 경로로 알려진다. 누가 봐도 짐작 가능하다. 실수로 제보자가 언급되기도 한다. 아니면 문제 처리 과정에서 HR이나 관련 부서와 협업하며 알려진다. 이들은 모두 한통속이다.


제보자는 순식 간에 내부 총질로 찍힌다. 가까이하면 신고당한다. 제보자 보호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당연하다. 그들의 목적은 회사에 해가 되는 자들을 처단하는 것이다. 약자 보호가 아니다. 물론 누가 제보했다고 떠들고 다니지는 않는다. 다만 그다음부터는 제보자 몫인 거다. 상대가 막강하다면 중간에 애매한 결론으로 그냥 덮인다. 처단할 사람이 저들과 한통속이면 적당한 솜방망이 맴매에서 그친다.


회사의 실적이 좋을 때 감사실은 보통 한가하다.


회사가 호황기에 있을 때는 작은 사업 한 두 개 말아먹어도 아무 일 없다. 감사실은 파리가 날린다. 원래 예정된 감사도 취소된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경영진이 못하게 한다. 지금 분위기 좋은데 칼춤 춰서 다 말아먹을 일 있냐며.. 그래서 회사가 돈을 잘 벌 때, 감사는 큰 판을 벌리지 못한다. 작은 것은 눈감아 주자는 것이다.


이 무렵 감사실은 일감이 없어 널럴하다. 오히려 하는 게 없어 눈치 본다.

'우리는 거래처에 뇌물 받지 않는 초맹인입니다!'

고작 이런 사내 캠페인 정도 한다. 당연히 아무도 안 쳐다본다. 처참하다. 그렇다고 앉아서 놀 수는 없다. 뭐라도 판다. 감사실도 실적은 만들어내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뭐라도 들여다보는 시늉을 한다.


회사제일검 감사실. 이들도 심심찮게 헛발질에 자살골을 넣곤 한다. 할 일이 없어 경비 지출 내역을 두 번째 다시 보고 있다. 어? 이상하다. 자세히 본다. 옮거니! 걸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제일검의 메신저 소환장이 날라온다.


일검 : 여기 감사실입니다. 지금 잠시 와야겠습니다.

초맹 : 넹? 저.. 저요? 왜.. 왜요? 저 뭐 잘못했나영?

일검 : 그건 직접 보고 얘기하도록 하지요.


앗? 쟤는... 근데 저기 왜 가는 거지?


뭐지? 이런.. 어디 간다고 말도 못 하고, 은근슬쩍 자리를 뜬다. 불려 가는 그 길 내내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불안하다. '저번에 지각한 거 때매 그러나?'


감사실이 보인다. 다행이다. 포토라인 같은 건 없다. 감사실로 향하자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이 술렁인다.

"쟤 저렇게 안 봤는데..", "모야? 왜 불려 왔대?"


어느 작은 미팅룸.. 이라고 써 있지만 취조실이라고 읽힌다. 셔츠깃 세운채 똥폼 잡고 앉아있는 한 사람. 회사제일검이구나.. 와. 폼 미쳤다. 근데 사람 불러다 앉혀 놓고 계속 서류만 뚫어져라 본다. 공기가 차갑다. 말이 없다. 뭐지? 주위를 둘러본다. 다행이다. 영화에서 보던 욕조 이런 건 없다. 한동안 빤히 쳐다보더니 드디어 입을 연다.


일검 : 이름 뭐에요?

초맹 : 네? 초...맹인데영.. (알면서 왜 묻는데?)

일검 : 여기 왜 오셨는지 먼저 얘기해 보시겠어요?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초맹 : 불러서요.. (니가 불렀잖아!)

일검 : .... (째려본다)

초맹 : 아.. 저 실은 저번에 5분 지각한 적이.. 죄송합니다.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당!


일단 톤은 낮게 깔고 분위기부터 잡는다. 이름 이런 걸 왜 묻는 것이더냐? 일단 불안지수 높여놓고 바보 만들어 시작하겠다는 그들만의 취조 방법이다.


서로 바쁘니까 빨리 하고 끝냅시다. 이름?


일검 : 비용 처리 내역 보던 중 이상한 게 있더군요.

초맹 : 넹? 그게 무슨.. (아.. 지각 이거 아녔어?)

일검 : 지난주에 회사 돈으로 혼자 밥 먹었더군요. 회사에서 식대는 별도로 나올 텐데요?

초맹 : 제가요? 저 혼밥 안 했는데영?

일검 : 하아.. 다 알아보고 왔어요. 한손도시락! 9,900원! 영수증 다 확인했고! 그날 CCTV에 도시락 들고 혼자 라운지 들어가는 거 다 찍혔어!! 액수 얼마 안돼서 봐 줄라고 했더니 이래도 모른 척이야? 횡령이 딴 게 아니에요. 이게 다 횡령이야!!


그렇다. 바로 불지 않으면 가지고 있던 증거를 까면서 사자후를 질러댄다. 점점 압박 수위를 높인다.


자.. 잠깐만요! 생각났어요! 화내지 말아요.


초맹 : 이잉? 아! 생각났어영!

일검 : 이제 생각이 나셨어요?

초맹 : 그날 라운지에서 거래처 분들이랑 미팅 있었어요. 늦게 시작해서 밥시간까지 이어졌어영.

일검 : 아.. 점심시간에도 일했으니 회사 돈으로 밥 드셨다? 이렇게 정당화하는 건가요?

초맹 : 아녀. 밥 먹음서 미팅 마저하자 해서 도시락 사 온 건데.. 그게 모가 문제에여?

일검 : 그럼 같이 사 먹어야지 왜 혼자 먹습니까?

초맹 : 넹? 영수증 보셨다면서요? 참치마요 3개 해서 9,900원인뎅..

일검 : 세.. 세 개라구요? 뭐 먹으면 다 만원인데.. 요새 물가가..

초맹 : 셋이 먹었어요. 그분들 점심때까지 같이 도시락 미팅 한 거구요.

일검 : 하나에 3,300원. 그런 가격이 있다구요?

초맹 : 가서 가격표 보세요. 참치마요 삼삼이에영.

일검 : 아.. 어.. 음.. (눈빛이 흔들린다)


이게 참치마요야. 먹어봤어?


초맹 : CCTV는 보신 거 맞아영? 첨에 셋이 들어가는 거 끝나고 셋이 나오는 거 다 있을 텐뎅..

일검 : 으음.. 네. 다 알고 있구요.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은.. 거래처 분들 오셔서 점심시간까지 일 해줬는데 고작 3,300원짜리가 뭐냐 이거죠! 그분들이 우리 회사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초맹 : 넹?? (얼레? 돈을 아껴줘도 아주.. 지금 도령님, 매화 이런 거 안 먹었다고 뭐라 그러는 거야?)

일검 : 다음부턴 비싼 거 사 주세요. 이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초맹 : 아 네에..(그냥 헛발질해서 미안하다 그래라!)


회사제일검 1패를 당한다. 대충 관심법 발동하다 자살골을 넣는다. 잘못해도 인정하고 애플하는 법이 없다. 자신들의 권위가 떨어질까 봐 두려워서다.


헛발질을 해도 권위를 의식해 사과하지 않는다.


문제는 잘했던 잘못했던 취조받고 나오면 또 한바탕 술렁인다는 것이다.

"아까 큰 소리 나는 거 들었지? 글쎄 혼밥을 했대!"

"그럼 어떻게 돼? 쟤 이제 짤리는 거야?"

"근데 혼밥 하면 안 되는 거야?"


이미 사자후까지 얻어맞고 나온 터, 누가 봐도 감사실의 정의감이 발동했다고 생각한다. 호황기에는 큰 건으로 실적 올리기 어렵다 보니, 9,900원짜리라도 잡아내려 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며. 다 좋다. 근데 저건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이지 않냐?


다시 부서로 돌아왔을 때는 소문 다 퍼져 있다. 뻐꾸기들이 좋아요 눌려대며 이미 여기저기 퍼뜨린 까닭이다. 사람들은 불안하게 쳐다본다. 차마 말을 걸지 못한다. 팀장님은 조용히 따라오랜다. 아무리 설명해도 설마스러운 표정이다. 그렇다. 그냥 불려 갔다 오는 것만으로도 이미 병맛테크를 타게 된다. 그 소문은 한 달 넘게 꼬리를 물고 따라다닌다.


‘회사 돈으로 몰래 혼밥하다 딱 걸린 애!’


감사실은 수습해 주지 않는다. 질러보고 아님 말고. 뒷수습 그런 건 각자 알아서 하는 거다. 단순 해프닝도 이 정도다. 근데 실제 신고 건이면 어떨 것 같나? 병맛테크는 기본. 2차, 3차 낙인테크를 걸쳐, 나락테크까지 순식간에 가버리게 된다.


혹자들은 회사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외부에 얘기하지 말고 감사실에 제보하도록 한다. 많은 기업 컨설팅이나 이론서들도 사내 제보 채널을 적극 활용하라고 한다. 이는 다 거짓말이다. 회사에 속한 감사실은 회사 편이다. 그들은 모두 한통속이다. 절대 속지 말자. 외부에 알려지면 골치 아프기 때문에 안에서 하라는 것이다. 절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밖에서 터져줘야 바뀌는 시늉이라도 한다.


이게 두려워서 제보를 안에서 하라는 것이다.


기억하자.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제보나 신고는 절대 내부에서 하는 게 아니다. 오피스 게임은 원래 신고자만 피 보는 설정이다. 회사는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모름지기 제보는 언론 기자에게 하는 게 최고다. 천지가 요동치는 광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혼밥 했다고 너 나가!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회사가 있다고?!"
초맹 뉴스 | 조회 18,247,904 | 댓글 49,894

클릭을 유도해 대는 자극적인 보도, 광기 어린 댓글, 막무가내 취재 문의는 크리티컬 히트로 작렬한다.


그래서 결론은..

회사제일검보다 참치마요가 더 쎄다.

회사제일검은 차갑다. 참치마요는 따뜻하다.  


여러분! 힘들고 억울한 일 당하면 그냥 참치 마요!


P.S. 제일검.. 그곳에서는 참치마요 드셔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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