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1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지랑이 속삭이는 봄

by 이철규미동이 Mar 09. 2025

"안녕" " 아녕?" " 안녕하세요! "

돌틈 사이 돋아난 초록과 인사 나눈다.

매서운 겨울을 이겨낸 초록들이 곳곳에

내민 고개가 갸웃갸웃.

잎새들  모양새가 초록초록.


지난가을 못다 한 봄맞이 화단 정비.

퇴비뿌리고 마사토 깔았다.

 수선화가 거친 땅을 헤치고 갸웃갸웃 고갯짓 했다.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살포시 고개 들었다.

안녕ㅇㅇㅇ!  안녕하세요!!

설익은 눈인사. 동토를 견뎌낸 격려  메시지이다.


땅 속 미물을 흔들어 깨운다는 경칩 지나자

파란 싹이 곳곳에 고개 든다.

안녕  안녕  모두 안녕.

지난겨울  힘든 시간을 이겨낸 녀석들에게

기쁨을 나눈다.

간빠레!  짜이요우! 힘내!

삶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산 자만이 생명을 품고  꿈꾸며 살아간다.


담장너머 윤서방 소리 낸다. " 오겡끼데스까!"

한 잔 하잔 소리다.

계란프라이 안주에 막걸리 나른다.

옆지기 흔들어 김치전 추가한다.

봄맞이 시산제가 마당에 펼쳐진다.

두런두런 이야기 꽃이 봄소식된다.


지난겨울은 잔인했다.

때 늦은 폭설과 영하날씨.

급기야 지하수 계량계가 얼어 터졌다.

'오메 어쩌까이.'

긴급 SOS....

전원생활은 돈 먹는 하마.

돌아서면 일일일.

돌아보면 잡초와의 전쟁.

누군가 노래했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지고.

그림은 그림일 뿐, 노래는 노래일 뿐. 뿐이고!

꿈 깨고 돌아오면 현실은 아득아득!


그래도 좋다.

회색지대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을!

생동하는 생명과 호흡한다는 사실을.

머잖아 살포시 고갯짓 하는 고사리를

생각한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으리라.


봄이 오는 길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 옷 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작가의 이전글 간병일기 (中庸之道)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