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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an 27. 2024

나를 찾아요

<오직 너만이>

엄마가 되고 '나'의 인간관계는 '아이'의 관계까지 아우르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출산과 동시에 내 의견과는 무관하게 같은 조리원에 있다는 이유로 동기가 생기고 같은 아파트에서 같은 나이의 아이를 양육한다는 조건에 부합하여 공동육아가 성립되었다. 아이에게 새 친구가 생기면 나에게는 새로운 엄마와의 만남이 생겼고 아이가 기관에 다니자 관계는 더욱 넓어졌다. 


육아를 할수록 내가 아닌 엄마의 자리에 서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로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좋아서 관계를 이어가는 사이도 있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 이름보다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게 편해질 정도가 되자 진짜 나를 부르는 사람이 적어졌다. 


'나'인지, '엄마'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책을 펼쳤다. 메리 머피 작가의 <오직 너만이>. 내가 관계 맺는 것은 물론이고 나의 고민과 생각들의 답은 오직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누구나 머릿속에 가슴속에 자기만의 생각과 느낌도 품고 있어. 사람은 하나하나 다 달라. 오직 스스로만이 알고 있단다. 진짜로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그림책은 내가 오직 나만의 생각과 느낌을 품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런 사람인 내가 어떻게 할지도 나만 알고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나무, 새, 물고기, 지구 모두가 다 다르며 각자 어떻게 할지는 오직 자신만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내가 어떻게 할지는 나만 알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얼 하고 싶은지는 오직 나만이 안다. 


진짜 나답게 살아가는 길은 나만이 알고 있고 진짜 너답게 살아가는 길은 오직 너만이 알고 있다는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내가 나의 길을 갈 때 나의 아이들도 오직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겠구나. 아이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할 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부모의 좋은 점만 닮았으면 좋겠지만 꼭 싫어하는 모습을 닮는다. 그러나 부모의 어느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아이의 삶이 부모의 인생과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나'로 서 있을 줄 알아야 한다. 



진짜 나답게 살아가는 길, 그건 오직 나만이 알고 있어.
진짜 너답게 살아가는 길, 그건 오직 너만이 알고 있단다.



육아의 목표는 독립이라고 한다. 육아를 하면서 독립을 향해 걷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나는 그림책을 읽으며 나의 육아를 돌아보곤 한다. 아이의 세 살까지가 평생의 효도라는 말이 있다. 정말 육아하면서 가장 예쁜 시기다. 매일 안고 뽀뽀하고 너무 예뻐서 다 용서되는 그런 시기. 부모의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시기를 지나 아이는 스스로 살고 싶어지는 나이가 된다. 본격적인 '나'의 길을 가는 아이를 응원해 주는 엄마라면 좋겠다. 아이가 스스로 '나'의 길을 찾아가려 할 때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 나도 같이 읽게 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나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 여행을 하면 늘 책을 대신해 아이에게 나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림책 속에는 내가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그림으로, 글로 가득 차 있다. "딸아, 세상에 하나뿐인 딸아. 너다운 삶을 살아가렴, 오직 너만이 알고 있단다."라고 말해주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는다.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으며 걸어갈 때 나는 그 길을 걷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인 나도 나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 걸어가는 아이를 바라보기만 하고 싶다. 먼저 가서 길을 깨끗하게 닦아두는 것이 아니고, 다른 길로 가지 못하게 장애물을 치우고 잘못된 길은 막아두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나도 나의 길을 걸으며 너의 길을 가는 아이들을 웃으며 바라보는 엄마이고 싶다. 


세상 모든 나무, 새, 고양이, 딱정벌레, 구름, 물고기는 다 달라.
사람도 하나하나 다 다르지.
그러니 저마다 어떻게 할지는 오직 스스로가 알 뿐이야.


나는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특히 육아에는 결정이 끝이 없다. 흔히 말하는 결정장애였던 나에게는 육아에서 정말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내 선택의 영향이 너무 크고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았다. 육아에서 선택이 많은 이유는 선택에 따른 책임을 배우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육아는 나의 선택에 내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가는 일이다. 아이들이 성장한 만큼 나도 성장한 엄마가 되어가는데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내가 고려했던 것은 '나'였다. 나다운 선택을 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결정을 하는 것이 나의 기준이었다. 나는 나다운 길을 걷고 싶어서 열심히 넘어졌다. 


육아하는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불렸으면 좋겠다는 여자들 사이에서 나는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육아하는 사람이 맞으니까 나는 지금 육아맘이고 싶다고. 육아하는 엄마도 '나'의 모습이고 나는 '나'의 육아를 하는 중이라고. 아이들과 함께 진짜 나의 삶을 살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이 있기에 진짜 내가 있다. 오직 나만이 아는 나의 삶을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세상 모든 것은 다르지. 그러니 저마다 어떻게 할지는 오직 스스로가 알 뿐이야.



아이를 한 사람으로 대할 때 엄마인 나도 다른 한 사람이 된다. 엄마가 타인이 되어야 아이는 나에게 의지할 수 있게 되고, 나에게 자신만의 삶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엄마와 아이가 모두 각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되는 방법이다. 앞으로도 '나'의 이름으로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세상 모든 것은 다르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 오직 자신의 삶이 있는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해 그림책을 편다. 


'오직 너만이, 오직 나만이'


자기답게 살아가라는 그림책에서 나만의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되고 이해의 세상도 키우게 된다. 나의 길을 가지 않으면 너의 길이라는 갈림길에서 방향을 찾지 못한다. 내 발걸음의 주인은 바로 '나'다. 나의 길을 걷다 보면 끝이 어디든 도착은 하게 되지 않을까. 나의 그곳에서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웃을 수 있길 바라본다. 나의 옆 길, 위아래 모두 다른 길들을 보며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그렇게 나의 길을 걸어간다. 오늘도 그림책에서 '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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